영화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역으로 29년 만에 오스카 트로피를 다시 받아든 메릴 스트립(63)은 수상 소감을 밝히며 “내 이름이 불렸을 때 미국 절반이 ‘아, 뭐야. 또 쟤야?’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저쪽(객석)을 바라보니 내 일생이 눈앞에 있는 것 같다. 오랜 친구와 새 친구들을 보니 그렇다”며 감개무량해했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가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건넨 인물은 뜻밖에도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였다. 그는 “37년 전 연극 무대에서 처음 만나 ‘소피의 선택’ 이후 모든 영화를 함께한 그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스트립은 ‘철의 여인’에서 감쪽같은 분장과 때론 섬세하고 때론 강력한 카리스마 연기로 ‘대처의 환생’, ‘현존 최고 여배우의 인생 최고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는 오스카상의 단골손님이었다. 여우주연상은 14번 노미네이트돼 두 번째 수상이고, 여우조연상까지 합치면 총 17차례의 아카데미 후보 지명 중 이번이 세 번째 영예이다.
미국 배서대를 졸업하고 명문 예일대 드라마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스트립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지성파 배우다. 1977년 TV 드라마 ‘데드리스트 시즌’으로 데뷔한 그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년), ‘디 아워스’(2001년), ‘맘마 미아!’(2008년)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1979년 30세의 나이에 ‘디어 헌터’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처음으로 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여우조연상을 처음 거머쥐었다. 이후 1, 2년 간격을 두고 잇달아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50대 이후에만 7차례나 후보로 지명됐다.
남우주연상은 프랑스의 무명에 가까운 배우 ‘아티스트’의 장 뒤자르댕(40)에게 돌아갔다. 마리옹 코티야르(2008년 여우주연상), 쥘리에트 비노슈(1997년 여우조연상) 등 프랑스 출신 여배우들이 아카데미를 수상한 적은 있지만 프랑스 남자 배우가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쥔 것은 처음이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미소가 매력적인 그는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같은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티스트’에서 그의 목소리 대사는 “기꺼이(with pleasure)”라는 단 한마디뿐이다. 그러나 그는 풍부한 표정연기로 무성영화의 매력을 완벽하게 드러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시상식에서 그는 영어와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섞어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에 지명됐고, 처음으로 수상하게 됐다”며 “감사합니다, 당신의 나라를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첫 주연상 수상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할리우드 ‘꽃 중년’ 스타 브래드 피트(49)와 조지 클루니(51)는 쓴잔을 마셨다. 클루니는 ‘디센던트’에서 기존의 세련된 이미지를 벗고 평범한 중년남성의 희로애락을 표현해 올해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클루니와 더불어 ‘섹시 가이’ 대결로 관심을 받았던 피트 역시 야구를 다룬 ‘머니볼’로 ‘12 몽키즈’(1995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년)에 이어 세 번째로 후보에 올랐지만 오스카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