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역, ‘양념’ 아닙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8일 03시 00분


MBC ‘대장금’(2003년)에서 어린 장금 역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역배우 조정은이 채널A가 17일 시작하는 새 주말연속극 ‘불후의 명작’에서는 현대를사는 절대미각의 소유자로 등장한다. 채널A 제공
MBC ‘대장금’(2003년)에서 어린 장금 역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역배우 조정은이 채널A가 17일 시작하는 새 주말연속극 ‘불후의 명작’에서는 현대를사는 절대미각의 소유자로 등장한다. 채널A 제공
아역 없이 드라마 없다?

요즘 웬만한 드라마의 초반은 아역 배우들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아역 배우가 드라마 프롤로그 부분에 등장한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그 빈도와 비중이 부쩍 늘었다. 방송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역배우들은 평균 1, 2회 출연하는 게 보통이었다. 최근 시청률 40%의 벽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는 MBC ‘해를 품은 달’은 아역 출연 횟수를 전체의 4분의 1(24회 가운데 6회)까지 늘리며 ‘아역 시대’를 열었다. ‘아역앓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청자들 역시 아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아졌다.

○ 아역 배우를 품은 요즘 드라마

채널A가 ‘곰배령’ 후속으로 17일부터 방영하는 새 주말드라마 ‘불후의 명작’은 ‘곰배령’의 명품 아역 열풍을 잇는다. MBC ‘대장금’(2003년)에서 어린 장금으로 나왔던 조정은(16)이 현대판 장금이로 등장한다. 조정은은 산해(임예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면서 급성장한 모습을 선보인다. 종갓집의 엄한 전통 속에서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를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으나 ‘모태 손맛’으로 삶을 개척하는 역할이다.

KBS가 ‘난폭한 로맨스’ 후속으로 다음 달 14일 내보낼 수목 드라마 ‘적도의 남자’는 10대 꽃미남 아역들을 4회까지 등장시킨다. ‘선덕여왕’ ‘계백’ 등에 나온 이현우(19)와 ‘해룰 품은 달’에서 허염 역으로 이름을 알린 임시완(24)이 두 남자 주인공의 아역으로 나온다. 두 배우는 엇갈린 운명으로 라이벌이 되는 줄거리에서 진한 우정을 나누는 고교 시절을 연기한다.

SBS가 ‘부탁해요 캡틴’ 후속으로 다음 달 14일 방영할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역시 최원홍(12)과 김소현(13)이 세자 이각(박유천)과 세자빈 화용(정유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김소현은 ‘해품달’ 중전 보경(김민서)의 어린 시절에 이어 다시 세자빈 역이다. 이 밖에 MBC 주말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도 아역배우 정민아(18)와 주다영(17)이 극중 천재 요리사 준영(성유리)과 노력파 요리사 인주(서현진)의 10대 시절을 연기했다.

요즘 아역은 대부분 어린이라기보다는 10대 청소년의 모습이다. 로맨스물이 대세인 최근 드라마 속 청소년기 배우들은 풋풋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연기한다. 이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 청소년기 향수 자극해 몰입도 높여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마성의 선비’ 허염으로 나왔던 임시완이 KBS가 다음 달 14일 방영할 새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팬들의 ‘아역앓이’를 이어간다. 이번에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한다.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마성의 선비’ 허염으로 나왔던 임시완이 KBS가 다음 달 14일 방영할 새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팬들의 ‘아역앓이’를 이어간다. 이번에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한다.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요즘은 중장년층조차 청춘과 추억을 소비하길 원하기 때문에 TV에서 젊고 어린 사람들이 나오기를 원한다”면서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사들도 아역 배우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높이고 있다. ‘해품달’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역이 연기하는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다. 왕과 무녀라는 이질적 관계의 두 주인공이 10대 시절 비극적 사건을 거치면서 운명적 관계에 놓인다는 점을 제대로 설명해야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아역 배우들은 제작진 측면에서 보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 출생의 비밀이나 음모 등 갈수록 복잡해지는 서사구조의 배경을 극 초반에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데다 출연료 역시 성인 연기자보다 낮다. 연기 말고도 고려할 게 많은 성인 연기자와 달리 연기 자체에 몰입한다는 점도 제작진이 선호하는 요소다.

KBS ‘제빵왕 김탁구’(2010년), 채널A 수목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 등을 제작한 박인택 터치스카이 대표는 “시청자들은 소설가 황순원의 ’소나기‘에서처럼 모든 조건을 이겨내는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10대 아역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호감을 주면서 이들을 드라마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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