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열여덟, 열아홉’ 유연석 “‘올드보이’서 저 빼고 다 떴단 말에…”

  • 동아닷컴
  • 입력 2012년 3월 1일 10시 00분


● 또 근친상간? “혼란스러운 시기 아니었을까요?”
● 앵벌이로 시작한 연기 “동정, 좋아요”
● 차기작에선 연달아 ‘나쁜 남자’로 “미워하지 마세요”

“저도 똑같은 걸로 주세요.”

배우 유연석(28)은 가늘고 흰 손가락으로 기자의 유리잔을 가리켰다. 183cm의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지만, 얼굴엔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영화 ‘열여덟, 열아홉’(3월1일 개봉, 감독 배광수)에서의 호야와는 영 딴판이다.

‘열여덟, 열아홉’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 호야(유연석)과 서야(백진희)의 성장통을 그렸다. 서야는 오빠 호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 가족애인지 가늠할 수 없고, 호야는 그런 서야와 여자친구 보미(엄현경)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어딘가 답답하고 ‘찌질한’ 모습이 임신한 여자친구를 떠나는 한수(영화 ‘혜화,동’)와도 겹친다.

“실제 전 그렇게 책임감 없지 않아요. 연애할 땐 경상도 남자니까 약간 무뚝뚝한 면도 있지만, 잘 챙겨주는 편이에요. 우유부단하다면 음식 메뉴를 고를 때 정도?”

유연석은 영화 ‘올드보이’(2003)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때도 누나와의 금지된 사랑이었다. 남자 형제만 있는 그는 “실제로는 잘 모르겠지만, 책도 보고 여기저기 물어보면서 호야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시기 아니었을까요?”라고 되묻는 그에게서 호야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다음은 ‘충무로의 유망주’ 유연석과의 일문일답이다.

- ‘올드보이’에서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고. 모성애를 자극한 역할을 주로 한 것 같습니다.

“저 그런 거 좋아요. 세종대 시절, 창작극에서 앵벌이를 연기한 적 있어요. 멋있기는커녕 말도 어눌한, 바보 같은 역할이었죠. 관객들이 울더라고요. 동정받는 캐릭터에 희열을 맛봤죠. 애착이 생겼어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연민을, 저 혼자 캐릭터에게 느낄 때가 있어요. 단순히 보면 ‘찌질’하지만, 그들도 절실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제가 연기로 표현하고, 사람들이 공감해 줄 때 기분이 참 좋아요.”


- 영화가 촬영을 마친지 3년 만에 개봉하게 됐습니다. 상대역 백진희 씨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백)진희도 성숙해졌어요. 그땐 소녀였는데, 여자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고민도 많아졌고, 대화도 진중해졌죠. 물론 계속 연락하면서 친하게 지냈어요. 진희가 나오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요? 저도 보고 있죠. 진희는 예쁘게 나오는 역할이 아니라고 자책하기도 해요. 좋은 건 박하선 씨랑, 김지원 씨가 한다고. (웃음) 전 꾸밈없는 캐릭터라고 응원해 줬어요.”

▶ ‘심야병원’ 이후 팬들에게 ‘첫 조공’ “기분 좋네요”

- 드라마 ‘런닝,구’에선 마라톤을, ‘드림’에서 권투를 했어요. 이번에도 여동생 서야(백진희)의 복수를 위해 코치 기주(이영진) 아래서 권투를 배웁니다.

“운동 좋아해요. 남자배우로서 액션에 관련된 작품들을 잘 소화할 수 있다면 장점인 것 같아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몸은 힘들어요. 하루에 10km씩 뛰고, 3~4시간 자고 온종일 권투 하고. 하지만 장면이 잘 나오면 또 좋아요.”

- 지난해 말 드라마 ‘심야병원’에서 여의사 홍나경(류현경)을 짝사랑하는 건달을 연기했습니다. 애잔한 모습에 팬이 많이 생겼다고요.

“이번에 '늑대소년’ 찍으면서 팬클럽 이름으로 선물을 받았어요. ‘조공’이라고 하잖아요. 처음이었어요. 다른 스태프들이 저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팬 분들께 참 고맙고 기분이 좋았어요. 또, 올해 작품을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해요. 절 믿어주시는 관계자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뿌듯하죠.”

- 올해 개봉작으로 ‘열여덟, 열아홉’에 이어 ‘건축학 개론’, ‘늑대소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축학 개론’에서 이제훈, 수지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이)제훈이는 ‘파수꾼’으로, 전 ‘혜화,동’으로 지난해 주목 받기도 했고, 나이가 똑같다는 것도 공통점이죠. 이번에 많이 친해졌어요. 수지는 딱 그 또래예요. 떡볶이 좋아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미고. (성격도 밝고, 일도 즐기면서 해요. 정말 여섯 끼 먹느냐고요? 글쎄요, 직접 보진 못했는데, 가리지 않고 잘 먹긴 해요. 아… 근데,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지 팬 분들이 제 안티 팬이 될까 살짝 걱정도 됩니다. 저 실제로 그런 사람 아니에요.”

▶ ‘예비역’ 유연석, 수지 이야기에 가장 해맑은 표정

- 현재 촬영 중인 ‘늑대소년’에서도 박보영을 짝사랑하고 송중기를 괴롭히는 악역이잖아요. 두 사람은 어떤가요.

“(송)중기, 재미있어요. 하하. 아무래도 촬영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친해졌죠. 털털하고 이야기도 잘 통해요. 연기하는 데 있어 진지한 태도도 좋고요. 보영이도 참 명랑한 친구에요. 누나들의 로망, 삼촌들의 로망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잘 빼입고 나와요. 의상팀장님이 절 ‘올드보이’를 하게끔 추천해준 분이세요. 전 그때 아역이었고 누나는 막내 스태프였는데 말이죠. 감회가 새로웠어요.”


- 유연석에게 ‘올드보이’란?

“(오랫동안 생각을 고르더니) 자동차의 스타트키를 줬다고 할까요. 우연히 시작했지만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작품이었어요. 친구들이 ‘‘올드보이’에서 너 빼고 다 떴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하고 연극을 하고, 또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 저에겐 자양분이 됐어요. ‘올드보이’ 후에 계속 작품을 하기 위해 발버둥쳤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시간이 있어 지금이 있는 것 같아요. 후배들이 물어봐요. ‘어떻게 영화할 수 있어요?’라고. 그럼 저는 타이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요. 스스로 알릴 수 있는 한 작품. 전 그런 작품이 ‘올드보이’잖아요. 큰 행운이죠.”

-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30대가 됐을 때 티끌 하나라도 후회하지 않을 시절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올해가 연기 활동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기고요. 올해 농사를 잘 지어야 해요. 그러려면 일단 ‘열여덟, 열아홉’부터 많은 분들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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