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것으로 치자면 방송 예능 프로그램 중 둘째라면 서운할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게스트로 한 번만 출연해도 식은땀이 나는 이 곳에 4개월 넘게 진행자로 버티고 있는 아이돌 스타가 있다. 슈퍼주니어 규현(24)이다. 모범생 같은 이미지, 선한 얼굴로 툭툭 던지는 그의 말은 가끔 ‘독설가’ 김구라 보다도 세다.
“멤버들은 저를 ‘슈주의 김구라’라고 불러요. 형들한테 독한 말도 가끔 하는 편이거든요. 저를 소녀시대 서현처럼 바른 청년으로 보시던데. 의외의 모습에 팬도, 시청자도 많이 놀라시나 봐요.”
지난해 9월, 그가 김희철을 대신해 ‘라디오스타’에 참여한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그때까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 잘 버텨낼 지부터 의문이었다.
“저를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서 많이 불안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초반에 관심과 함께 쏟아진 질타는 제가 당연히 넘어야 할 과제였죠. 하지만 요즘은 많은 분들이 ‘라스’의 일원이라고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요.”
● 김구라가 발견한 규현의 ‘예능 잠재력’
사실 규현의 숨겨진 예능감을 알아본 사람은 다름 아닌 김구라였다. 2009년 SBS ‘절친노트’와 KBS 2TV ‘불후의 명곡’을 통해 규현의 당차고 솔직한 모습을 발견하고, 제작진에게 그를 직접 추천했다. 2006년 슈퍼주니어로 데뷔 후 6년이 됐지만 개인적으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고 생각했던 규현 본인의 ‘독립심’도 한 몫 했다.
규현은 ‘라디오스타’에서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한 주 (녹화가) 괜찮다 싶으면 그 다음 주는 못 웃긴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며 “여전히 퐁당퐁당 중”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래서 그는 ‘라디오스타’의 이전 방송을 예능 공부의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그에 앞서 예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팀 동료 은혁이 추천해준 방법이다.
“‘라디오스타’를 1회부터 보고 있어요. 30∼40회까지 본 것 같아요.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 김국진 베스트 조합일 때가 있었잖아요. 그 때 방송을 보며 순발력이나 재치 등을 배우고 있어요.”
규현은 28일부터는 뮤지컬 배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엄기준, 박광현, 김정훈, 샤이니 키 등과 함께 주인공 프랭크 역을 맡게 됐다.
지난해 뮤지컬 ‘삼총사’로 데뷔한 규현은 “비중이 너무 커서 연습량이 많다”며 부담을 토로하면서도 “원작이 준 좋은 느낌 때문에 작품을 너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슈퍼주니어의 규현 모습 밖에 못 보여줬잖아요. 뮤지컬에서는 다른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슈퍼주니어는 이미 정상을 향해 가고 있지만 저는 아직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