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영화 ‘가비’, 김소연이란 향기를 담다

  • 동아닷컴
  • 입력 2012년 3월 8일 10시 00분


● ↑ 동서양 혼재된 복식·공간 ‘흥미로워’
● ↓ 너무 많은 이야기를 떠안고 흘러가는 점은…

‘가비’(커피의 고어)는 나름의 향기를 가진 영화다.

‘가비’(감독 장윤현, 3월15일 개봉)는 김탁환 작가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원작으로,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를 둘러싼 고종암살작전의 비밀을 그렸다.

때는 1896년, 고종은 명성황후 시해 후 일본군의 무자비한 공격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다. ‘가비’는 그 위태로운 시절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러시아에서 커피콩을 훔치며 자유롭게 살던 일리치(주진모)와 따냐(김소연)은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의 음모로 조선에 오게 된다. 따냐는 고종(박희순) 곁에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되고, 일리치는 사카모토란 이름의 첩차가 된다. 암살 임무를 띤 따냐는 점점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고종에게 연민을 느끼며 혼란에 빠진다.

장윤현 감독은 동양과 서양이 혼재했던 구한말을 화면에 옮겨왔다. 특히 러시아 르네상스 문물은 인상적이다. ‘가비’ 제작진은 러시아 공사관 내의 커피실, 고종의 집무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등 10여 개의 세트를 제작했다. 따냐와 일리치가 접선하는 커피콩 가게나 커피실 등은 전국 커피 애호가들로부터 빌린 이색적인 커피 소품들로 아기자기하게 채워져 있다.

▶ 김소연 vs 유선, 의상 대결 흥미진진

조선, 러시아, 일본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의상도 볼거리다. 러시아에서의 따냐와 조선에서의 그는 전혀 다르다. 러시아 시절 따냐는 붉은 머리에 보헤미안 기질이 넘치는 의상을 선보이지만, 조선에서는 단정한 블라우스와 하이웨스트 스커트 등 절제된 모습이다.

김소연은 극중 고풍스러우면서도 몸매가 드러나는 10여 종의 의상을 소화하는 데에 대해 “공사관에서의 따냐도 감정적으로 조이는 면이 있어 연기 몰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긴. 가는 허리의 김소연 아니면 누가 또 저렇게 단아하게 소화할 수 있었을까. 조국을 버리고 ‘뼛속까지’ 일본인이 된 사다코는 기모노 등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과시하고, 황군제복부터 세련된 정장, 패도라 등을 모델처럼 소화하는 주진모는 당장 런웨이에 세워도 될 정도다.

아쉬운 점은 이처럼 화려한 볼거리가 극의 진행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비’는 고종이란 역사적 인물에 따냐와 일리치라는 가상의 인물을 더한 흥미로운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떠안고 흘러가 관객에게 충분한 설명과 재미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김소연, 커피·러시아어 등 열정 한가득

하지만 15년 만에 영화로 돌아와 차분하면서도 속 깊은 여인 따냐로 분한 김소연을 보는 일은 분명 흥미롭다. 따냐는 커피와 러시아어, 거기에 승마와 가벼운 액션까지 소화해야 한다.

최근 김소연이 출연한 KBS 2TV ‘개그콘서트’의 ‘꺾기도’를 봤다면, 정말 “죽기 살기로” 준비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 곳곳에 장윤현 감독의 애절하고도 깊은 커피 사랑이 묻어나 있다. 따냐가 커피를 따르며 고종과 나누는 대화들도 인상적이다. 영화관을 나오면 커피 생각이 간절해질 것은 확실하다.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제공=오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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