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그때 그 약속 기억하니?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5일 07시 00분


첫사랑은 아련한 추억을 남긴다. 22일에 개봉하는 영화 ‘건축학개론’은 풋풋한 첫사랑 남녀가 15년이 지나고 다시 만나 향수에 젖어드는 이야기다. 사진은 30대 주인공들을 연기한 엄태웅(오른쪽)과 한가인. 사진제공|명필름
첫사랑은 아련한 추억을 남긴다. 22일에 개봉하는 영화 ‘건축학개론’은 풋풋한 첫사랑 남녀가 15년이 지나고 다시 만나 향수에 젖어드는 이야기다. 사진은 30대 주인공들을 연기한 엄태웅(오른쪽)과 한가인. 사진제공|명필름
■ 90년대 코드와 첫사랑…영화 ‘건축학개론’

30대가 되어 만난 캠퍼스커플의 감성 로맨스
삐삐·CD플레이어 등이 맺어준 첫사랑의 추억
30∼40대에겐 향수,10∼20대엔 신선한 웃음


추억 한 켠에 새겨진 첫사랑의 알싸한 향기가 1990년대의 향수와 만났다. 22일 개봉하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제작 명필름)은 봄, 스무살, 첫사랑 그리고 1990년대의 추억이 어우러진 영화다.

영화는 대학 신입생 시절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서연(배수지)과 승민(이제훈)이 15년이 흐른 뒤 다시 만나면서 시작한다. 30대 중반이 되어 15년 만에 재회한 두 연인을 한가인과 엄태웅이 맡았다. 두 사람의 가슴 속에 아스라한 기억으로 남은 사랑을 그려주는 것은 1990년대 대중음악과 전자기기들이다.

지난해 800만 관객을 넘은 영화 ‘써니’가 1980년대 코드로 성공한 데 이어 1990년대를 전면에 내세운 ‘건축학개론’은 ‘시대 코드’가 이제 영화의 흥행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전람회가 부른 노래 ‘기억의 습작’

대중음악은 그 시절의 향수를 떠오르게 하는 기폭제다. ‘건축학개론’에서는 1994년에 발표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그 역할을 맡았다.

음대생 서연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이 노래를 자주 듣는다. 승민과 가까워진 계기도 이어폰을 나눠 끼고 ‘기억의 습작’을 들으면서다. 영화를 위해 따로 제작한 OST보다 더 진한 울림을 던지는 ‘기억의 습작’은 주인공들의 마음과 어우러지며 마지막 장면까지 장식한다.

1990년대를 상징하며 등장하는 노래들은 ‘기억의 습작’ 외에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015B의 ‘신인류의 사랑’ 등이 있다. 이 곡들은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풋풋한 첫사랑의 분위기를 돋우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13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한가인은 “대학 때 만났던 첫사랑의 얼굴은 어렴풋하지만 함께 들었던 노래들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사람보다 음악으로 첫사랑을 떠올릴 때가 많다”고 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스무살 첫사랑으로 만난 이제훈(왼쪽)과 배수지. 사진제공|명필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스무살 첫사랑으로 만난 이제훈(왼쪽)과 배수지. 사진제공|명필름

# 삐삐·CD플레이어…느려서 더 아름다운 첫사랑 추억

스마트폰 보유자 4000만 명 시대를 앞둔 오늘의 관객이 ‘삐삐’(페이저)로 사랑을 주고받는 주인공을 보는 재미도 ‘건축학개론’의 멋이다. 전화기를 거쳐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삐삐’는 서로 자주 엇갈린 수 있다는 점에서 ‘첫사랑은 결국 추억’이란 공식을 보여준다.

청바지를 한껏 치켜올려 입은 승민이 허리춤에 ‘삐삐’를 차고 걷는 모습이나 서연이 이를 손에 꼭 쥐고 연락이 닿지 않는 승민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은 30대 관객에게는 향수를, 10∼20대에게는 신선한 웃음을 던진다.

‘오랜만에 보는’ 전자기기의 등장도 반갑다. 당시 갓 출시된 팬티엄 컴퓨터와 CD플레이어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치다.

“컴퓨터 용량이 1기가라고? 평생 써도 다 못 쓰겠네”처럼 그 시절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대사도 곳곳에 포진했다.

하지만 1990년대를 경험하지 않은 10∼20대 관객에게 자칫 낯설 수도 있는 설정. 영화의 배경이 된 1994년에 태어나 실제로는 고등학생인 배수지는 “삐삐와 CD플레이어는 영화를 찍으며 처음 봤는데 신기했다”며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다들 신기하고 재미있게 볼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