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여성에 ‘보고스’는 할리우드 스타와 동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홍석경 佛 보르도3대학 교수
한국언론학보에 논문 게재

한국의 남자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는 프랑스 여성 팬들. 이들에게 한국의 꽃미남 스타들은 할리우드 스타처럼 멀고도 잘난 존재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먹고 자는 것을 보여주며 오락 프로그램에서 실수하고 웃음거리가 되어주는 친근한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동아일보DB
한국의 남자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는 프랑스 여성 팬들. 이들에게 한국의 꽃미남 스타들은 할리우드 스타처럼 멀고도 잘난 존재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먹고 자는 것을 보여주며 오락 프로그램에서 실수하고 웃음거리가 되어주는 친근한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동아일보DB
“레인이 프로듀싱한 엠블랙의 비디오를 꼭 봐야 해. …그리고 SS501도 볼만하지. 이 애들은 모두 엄청 잘생겼어.”(프랑스 파리에 사는 30대 초반 여성·예술학 석사)

“동방신기와 SS501의 뮤직비디오를 대형 화면에 돌비 5.1시스템으로 아직 다 보질 못했네! …내 남친을 내보내야겠어. 지후와 재중을 보고 즐기는 건 여자들끼리 아님 혼자 할 일이지.”(프랑스 남부에 사는 30대 중반 여성·정보기술 엔지니어)

한류 열기가 뜨거운 프랑스에서 여성 팬들의 남자 한류 스타 소비 실태를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홍석경 프랑스 보르도3대학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한국언론학보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 ‘프랑스의 한국 아이돌 문화 여성 팬덤과 성 담론에 대한 연구’이다.

홍 교수는 연구를 위해 프랑스의 한국 드라마(한드) 팬덤 초기인 2005년 개설된 한드 팬 사이트 ‘도라마월드’의 게시물을 분석하고 일부 회원을 심층 인터뷰했다. ‘도라마월드’의 회원은 대부분 25∼45세 여성이다. 이들은 어려서 일본 만화를 보고 자라 일본 드라마를 보다 한드에 빠지게 된 1세대와,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을 통해 아이돌이 출연한 한드를 즐기게 된 2세대 팬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한국의 꽃미남 아이돌을 ‘보고스(bogosse)’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 ‘잘생긴’이란 뜻의 형용사인 ‘beau’와 ‘아이’를 뜻하는 ‘gosse’를 이용해 만든 단어다. 팬들은 보고스가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되풀이해 보고, 이들의 드라마 속 노출 장면을 캡처해 사이트에 게시하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댓글을 달며 ‘팬질’을 즐긴다.

홍 교수는 보고스 팬들이 팬질을 통해 느끼는 시각적인 쾌락은 기존의 영화 이론에서 나온 그것과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영화 이론에서 시각적 쾌락이란 남성을 주체로 하며, 영화관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매혹적인 여자 배우의 신체를 훔쳐보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보고스 팬들의 팬질은 여성의 시각을 주체로, 개방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일상생활 속의 백일몽’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영화의 시각적 쾌락이 로맨틱 판타지를 강조하는 내러티브에서 벗어나기 힘든 반면, 디지털 고화상으로 유통되는 드라마와 뮤직비디오는 내러티브로부터 욕망의 대상을 자유로이 떼어내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면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프랑스 한류 팬들이 보고스의 남성상을 할리우드가 그려낸 동양 남성의 전형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여긴다는 점에 주목했다.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시아 남자 배우는 무술엔 능하지만 여성을 매혹시킬 수 없는 유아적 존재로 나오지만 보고스는 훌륭한 패션 감각과 로맨틱한 이미지를 겸비한, 춤과 노래까지 되는,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할리우드 콘텐츠 속의 남성과는 다른 보고스에 프랑스 여성들이 열광하는 현상을 “다문화와 혼종성에 대한 열망”이라고 해석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아시아#한류#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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