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핑크색 머리의 김옥빈, 눈을 희번덕거리는 류승범 등 등장인물들은 외형부터 이상하고,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는 황당무계하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시체를 훔치려는 2인의 범죄극으로 시작한다. 비상한 두뇌를 가진 현철(이범수)은 연구소 선배 진수가 갑자기 뺑소니를 당하자 그의 딸 동화(김옥빈)과 함께 배후의 인물을 찾는다. 그가 갑자기 사망하자 시체를 훔치는 것으로 복수를 꿈꾸지만, 예기치 못한 인물들과 숨겨졌던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 마지막 순간까지 유쾌하게 ‘좋아! 가는 거야!’
시체, 재건축아파트, 공동묘지…. 소재와 배경에서도 느껴지듯, 이 영화의 감성은 남다르다.
우 감독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을 곳곳에 배치해 웃음을 유발한다. 철거 아파트 단지에서 미라처럼 헝겊을 뒤집어쓴 여자와의 술래잡기(?)라든지, 공동묘지에서 손발을 묶고 뛰는 것으로 역할을 정하는 장면들이 그렇다. (이게 도대체 뭔가!)
물론 캐릭터의 힘도 크다. 특히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죽은 척하던 진오(류승범)는 말 그대로 ‘똘끼’의 절정이다. 잔머리 100단에 능수능란한 말솜씨. 마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속 노홍철 캐릭터가 스크린으로 옮겨온 느낌이다. 추격전 특집에서 거짓말과 배신을 일삼는 노홍철을 떠올리면 된다.
우선호 감독은 영화 제작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웃음과 감동을 함께’라는 생각에 집착한 나머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돼버리는 함정 말이다. 이 영화에는 사회적 메시지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는 없다. 대신 얽히고설킨 전개는 성실하게 웃음을 던진다. 그래서 신선하고, 경쾌하다.
▶ 이범수·김옥빈·류승범…선수들이 다 여기 있네?
이범수가 맡은 현철은 만화적인 인물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평범한 인물이다. 행동에 앞서 계획을 세우고, 올바르고 현명한 방법을 찾는다. 이범수는 현철을 두고 “일반적인, 나쁘게 말하면 밋밋하고 조용한 캐릭터”라며 “그런 캐릭터를 가지고 배우가 어떻게 존재감 있게 연기할 것인가에 관한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철이 있어 영화 속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비교적 설득력 있게 흘러가는 것을 보면 이범수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정만식, 신정근, 고창석, 오정세 등 노련한 조연들도 재미를 돕는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이는 유다인. 최근 KBS2TV ‘보통의 연애’에서 담백한 연기를 보여준 유다인은 ‘시체가 돌아왔다’에서 잠입 수행 중인 국정원 요원으로 변했다. 유다인은 현철 일당에서 붙잡혀 시종일관 소리를 지른다. 갈대밭에서의 몸싸움은 마치 ‘괴물’의 장례식 장면처럼 한바탕 소극처럼 그려진다. 여린 몸매의 유다인이 자신의 체구보다 큰 장롱에 묶여서도 도망치기 위해 발악하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다.
▶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신인 감독의 등장
우 감독은 실력 있는 신인 감독들을 발굴해 낸다는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2005년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장편 데뷔작 ‘시체가 돌아왔다’는 완벽하진 않지만, 뚜렷한 개성과 에너지가 충만한 작품이다.
물론 감독이 웃기려고 작정했다고 한들, 관객이 마음의 문을 닫으면 소용없다. ‘시체가 돌아왔다’ 역시 웃음 코드가 맞지 않으면 그저 그런 상업영화다. 몰입도를 높이는 빠른 전개가 일부 관객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런닝맨’과 ‘무한도전’이 뒤섞인 시체쟁탈전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지켜본다면 어느 순간 낄낄거리고 있을 당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종횡무진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느냐고? 그건 직접 확인하시길.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제공=CINE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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