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개봉 ‘간기남’ 주연 박희순 “이번엔 간통 전담 형사, 남자도 벗는 연기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간기남’의 주인공 박희순은 스스로 굼뜨다고 했지만 누구보다 연기에는 철저한 배우다. 빠르지는 않지만 한발 한발 자신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간기남’의 주인공 박희순은 스스로 굼뜨다고 했지만 누구보다 연기에는 철저한 배우다. 빠르지는 않지만 한발 한발 자신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최근 7개월 동안 영화 3편의 주인공, 이 배우의 조금은 부담스러운 눈빛이 익숙해지려나. 지난해 가을 ‘의뢰인’에서는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냉혈 검사로, 지난달 개봉한 ‘가비’에서는 유약한 이미지 뒤에 백성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숨긴 열혈 고종으로 나왔다. 한자 이름 기쁠 희(喜), 진실로 순(洵), 이름처럼 진지한 배우다.

11일 개봉하는 ‘간기남’에서는 눈빛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희순은 “이번에는 가벼운 코미디물이다. 지금까지의 저는 잊어 달라”고 했다.

그는 무지개 보라색의 바깥, 자외선 같은 강한 눈빛으로 말하는 배우다. 조직폭력배 보스 역을 맡아 수애를 다그치던 ‘가족’(2004년)은 그를 관객들에게 선명히 각인시켰다. “평소에는 수줍음 많이 타고 말주변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합니다. 극중 눈빛과 말투는 철저하게 연기예요.”

‘간기남’은 ‘간통 기다리는 남자’를 줄인 말. 이번 영화에서 그는 나쁜 남자다. 간통으로 정직된 기간에도 흥신소를 차려 간통하는 배우자를 찾아주는 형사 역이다. 살인사건을 매개로 팜 파탈(치명적 매력을 지닌 여성) 박시연과 뜨거운 관계가 된다.

“감독에게는 블랙코미디풍으로 가자고 제안했어요. 프랑스 영화 ‘훔친 키스’처럼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미모의 미망인에게 빠져드는 설정 말이에요.”

하지만 영화는 미스터리와 액션, 코믹이 섞여 다소 어정쩡한 느낌이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박시연의 노출 연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자 배우도 (노출 연기가) 힘들더군요. 여배우를 배려해야 하고 쑥스러움도 이겨내야 하니까요. 시연 씨의 연기 변신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영화 제목을 두고도 고민이 많았단다. ‘간기남’이라는 제목의 느낌이 좋지 않다는 의견 때문에 트위터 공모를 통해 바꾸려고 했다. ‘여인의 향기’ ‘위험한 유혹’ 등이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가 결국 잘 기억되는 원래 제목으로 돌아갔다.

1990년 연극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연출가 오태석 씨 밑에서 수년간 연기 수업을 받았다. 이번 영화의 코믹한 연기도 여기서 나왔다.

“연극할 때 오 선생님은 ‘우리 작품에는 어떤 비극, 희극이라도 해학이 있다’고 하셨어요. 어떤 신에서도 극에서 빠져나오는 게 있는 거죠. ‘툭’ 눙치는 식의 유머를 이번 작품에서 구사해 봤어요.”

2002년 ‘쓰리’의 조연으로 영화 데뷔한 지가 10년이 됐지만 그의 얼굴을 드라마나 예능 프로에서 아직 보지 못했다. “TV라는 매체가 아직 두려워요. 연극에서 영화로 올 때처럼 뭔가 바꾸는 게 어려워요. 현장에 가면 저절로 연기가 나오는 드라마 하는 분들의 순발력이 경이롭게 느껴져요. 난 모든 일에 시간이 걸리는, 굼뜬 스타일입니다.”

스스로 “아직 대중적인 배우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이제 전공을 찾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역할을 해보니 ‘박희순의 재발견’이란 말이 듣기 좋더군요. 근데 대표작이 없어요. 이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해야죠. 간통 전담 형사처럼….(웃음)”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영화#간기남#박희순#노출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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