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이 3월 말부터 방송하고 있는 ‘슈퍼디바 2012’(금 오후 10시)는 21세기판 ‘주부가요열창’이다. 이 프로그램은 결혼 경험이 있는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참가자들은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어 ‘사연 오디션’으로도 불린다. 슈퍼디바를 꿈꾸는 주부 16명의 인천 강화도 합숙현장을 3일 취재했다. 현재 방송에서는 16강 진출자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본명 대신 별명을 썼다.
○ 오전 7시 강화도 숙소
합숙소는 강화도 외진 곳에 있는 펜션. 기자가 도착했을 땐 20대부터 50대까지의 여성들이 모여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뉴는 바나나와 샐러드, 달걀 정도. 무대와 각자의 체형을 고려해 전문가가 짠 맞춤형 식단이다. 자기 이름이 쓰여 있는 도시락 외에 다른 음식은 먹을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하는 얘기가 ‘쌌니?’예요. 풀만 먹다 보니 다들 (변비에) 시달리죠. 그 다음엔 먹고 싶은 음식 얘기로 이어져요.”(30대 ‘예쁜 며느리’)
“그래도 매번 만들어 바치다 여기선 먹기만 하면 되잖아.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30대 ‘현겸 엄마’)
○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헬스장
주부들은 첫 방송이 시작된 3월 말 합숙을 시작했다. 제작진은 “생방송 진출자가 미리 알려지거나 출연자들이 ‘악플’로 출연을 포기하는 걸 막기 위해 TV와 인터넷은 물론이고 전화 사용도 금지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일상은 걸그룹 준비생과 유사하다. 16인을 관리 감독하는 생활지도사도 연예인 매니저 출신. “아줌마들이 일반 연예인 지망생보다 더 절박하게 열심히 한다”는 것이 나병현 생활지도사의 귀띔이다. 아침식사 후 미니버스를 타고 강화도에서 서울 헬스장에 도착하자 오전 내내 혹독한 운동이 계속됐다. 체지방 관리팀, 체형 교정팀, 근육량 증가팀 등 서너 명씩 소그룹으로 나뉘어 헬스 트레이너에게 개별 관리를 받는다. 한 달이란 짧은 시간에 이뤄야 할 변신은 노래와 춤에만 그치지 않는다. 헬스 트레이닝 외에 이미지 컨설팅과 뷰티 케어, 보톡스 등 가벼운 성형도 받을 예정이다. 20세기와 21세기의 주부 오디션의 다른 점이기도 하다.
○ 오후 3시 서울 합정동 보컬학원 & 방배동 댄스학원
오후에는 보컬과 댄스 수업이 이어진다. 가수를 꿈꾸는 참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난생처음 이 같은 수업을 받아보는 30대 ‘줌마스타’는 “신세계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쉬운 것은 없다. 중장년 참가자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때로 자식뻘 되는 보컬 강사에게 “과거 습관을 버리고 요즘의 창법을 익히라”는 쓴소리를 듣고, 댄스 수업시간 후에는 온몸에 파스를 붙이는 후유증을 겪는다. ‘왕 언니’는 “50대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 오후 9시 강화도 숙소
이들이 받는 관리 프로그램을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일인당 1000만∼1500만 원에 달한다. 초호화 케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옷은 잘 챙겨 입고 다니는지” “남편에게 맡긴 집안 꼴이 어떨지” 꼬리를 무는 걱정에 잠 못 드는 밤도 있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의 우울증 방지를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꿈꾸던 가수 데뷔의 기회를 준다. 참가자들 다수가 “우승을 통해 자랑스러운 엄마, 아내가 되고 싶다”고 꿈을 말했다. 우승과 관계없이 이들에게 한 달간의 ‘일탈’이 주는 의미는 커 보였다.
“결혼하면 나머지 인생은 다 아줌마로 살아야 하잖아요. 한 달이라도 나에게 집중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결과를 떠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것 아닐까요.” (30대 ‘가창력 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