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간기남’ 박희순 “멜로신, 수위 조절해서 그 정도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9일 10시 00분


배우 박희순.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박희순.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간절히 흥행을 기다리는 남자입니다.”

박희순은 인터뷰 때 유난히 ‘흥행’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시사회 때도 반응이 안 좋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유독 긴장을 했던 그였다.

“원래 긴장을 많이 하긴 하는데요. 전작들이 그렇게 좋은 성적을 못 거둬서 더 신경 쓰였어요. 이번엔 좀 잘돼야 할 텐데….”

▶ “‘간기남’서 주인공보다 ‘머슴’이 되려고 결심”

사람들에게 ‘간기남’에 대해 말을 하면 거의 “그 영화, 야하다며?”라는 반응이 대부분. 이에 대해 박희순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섹시’하다고 해주세요. 섹시한 영화라고 하면 좀 매력이 보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영화 ‘간기남’ 속 선우(박희순 분)는 남의 간통은 절대 용납하지 않지만, 자신의 간통은 너무 관대한 남성이다.

“남이 하면 ‘간통’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라는 그런 생각? 정신적인 외도를 한 거죠. 어찌 보면 결국 선우는 수진을 사랑한 거 같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수진이가 시키는 대로 하지. 그냥 즐길 목적이었다면 그 정도까진 안 했겠죠.”

또한, 선우는 영화 하나에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흥신소에서는 전형적인 운영자의 모습을, 경찰서에서는 2% 부족하고 코믹한 형사의 모습을, 김수진(박시연 분)과 있을 때는 본능에 이끌리는 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본을 쓸 때, 한 사람이 쓰는 게 아니고 여러 사람이 쓰니까 선우가 굉장히 다양한 성격을 갖게 되더라고요. 어떤 부분은 코믹이고 어떤 부분은 정극이니 중심을 잘 잡지 않으면 정말 죽도 밥도 안 되겠더라고요. 선우가 좌충우돌 변화무쌍한 캐릭터이지만 맥을 잘 잡는 ‘기둥’이자 ‘머슴’같은 존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선우를 연기하며 캐릭터 때문에 답답한 점은 없었을까.

“2% 부족한 건 비슷한데, 우유부단한 건 딱 질색이에요. 선우가 왜 이렇게 질척거리고 있는지 가끔 이해가 안 되지만 남자라면 유혹에 약하니까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생각해요. 하지만 저 자신은 용납이 안 될 것 같아요.”
배우 박희순.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박희순.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멜로신, 난 무조건 ‘박시연’ 편이라고 해”

박희순은 영화 ‘작전’ 때 만났던 故 박용하를 통해 박시연을 알게 됐다. 그 이후 박시연과 작품을 함께했던 사람마다 ‘박시연 착해’ 라고 말했다고. 심지어는 박시연을 만난 적도 없는 송강호조차 ‘박시연 착하대’라고 할 정도였다.

“(송)강호 형이 모르는 데 그럴 정도면 말 다 한 거죠. 좀 걱정됐어요. 캐릭터가 ‘팜 파탈’인데 착하면 안 되니까. 그래서 촬영할 때 ‘시연아, 나한테 못되게 굴어도 되고 짜증을 내도 되니까 덜 착해져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는 “어휴~성격이 어딜 가나요?” 라고 하며 “그래도 촬영 들어갈 때 임하는 자세는 남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고마웠죠.” 라고 말했다.

간기남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건 아무래도 박희순과 박시연의 파격적인 멜로신이었다. 시사회 때 박시연은 “이 장면을 가지고 감독님과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희순 인터뷰에서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 그것도 조절해서 그 정도가 된 거다” 고 말했다.

“대본에는 그냥 ‘키스를 한다’고 쓰여 있었는데 촬영 전전날 나온 콘티를 보니 당혹스러웠어요. 특히 그런 장면은 여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남배우들도 민감하잖아요. 서로 좋아서 하는 건데 이건 억지로 시켜서 하는 거니까…감독님 편에 서기보단 시연이 편에 서는 게 맞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난 무조건 시연이편이니 알아서 하세요’ 라고 했죠. 결국, 시연이와 감독님의 합의로 그 정도의 선이 그어진 거죠.”

박희순의 파격적인 멜로신을 본 주위 사람들 중 어머니의 반응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어머니가 싫어하시던데요. 허허허. ‘간기남’ VIP 시사회 때 보셨거든요. 늘 제 영화를 보시면 ‘희순아, 멋지더라’고 문자 보내시던데, 이번엔 안 보내셨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어머니 만나서 어땠냐고 물어보니 ‘너무 야하더라. 네가 왜 간통을 하니? 남들한테 보라고 못 하겠더라’ 고 하시더라고요.

▶ “밝은 영화도 찍고 싶어…적극 홍보해주세요”

‘가비’ ‘의뢰인’ ‘혈투’ 등 그의 전작을 보면 느낌이 가벼운 영화를 보기 쉽진 않다.

이에 박희순은 “제가 칙칙해서 그런가? 밝은 영화 해보고 싶죠. MBC ‘최고의 사랑’ 같은 거 잘할 것 같죠? 적극 홍보해주세요. (웃음)”

또한 그는 이번에 김태용 감독의 단편 ‘아름다운 그녀를 위하여’를 함께한 공효진과도 장편으로 꼭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밝혔다.

“공효진은 완전 ‘리얼’한 배우예요. 촬영할 때, NG를 낸 건지, 안 낸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예요. 나중에 함께 장편으로 찍고 싶어요. 함께 막 떠드는 캐릭터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함께 작업하면 제가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간기남’ 이후, 박희순은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시간의 여유를 두고 작품을 고민해 볼 생각이다.

“1년에 2편 정도는 찍는 편인데, 본의 아니게 2편이 연달아 개봉돼서 홍보하는 데 시간을 좀 쏟은 것 같아요. 이젠 좀 쉬면서 1년에 한 편을 찍더라도 작품성, 예술성, 흥행성 등 많이 생각 하고 작품을 선택하고 싶어요. 고르다 시간 다 가진 않겠죠? (웃음)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동아닷컴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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