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의 김치 풍성한 양념 연기… 러브스토리 곁들이니 침 ‘꿀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채널A 본격 김치드라마 ‘불후의 명작’ 촬영현장

산해(임예진·왼쪽)가 극중 딸 금희(박선영)에게 요리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금희는 한의사로 약선음식을 연구하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채널A 제공
산해(임예진·왼쪽)가 극중 딸 금희(박선영)에게 요리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금희는 한의사로 약선음식을 연구하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채널A 제공
“다시!” “다시!”

21일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스튜디오. 도마에 칼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 사이사이로 호통 소리가 거듭 흘러나왔다.

“무른 채소는 칼 전체로 꽉 누르고 썰면 모양도 찌그러지고 다 으스러져. 칼로 공기를 가르는 것처럼 칼 앞쪽에 힘을 주고 밀듯 썰어야지.”

이곳에서는 주말 오후 7시 반에 방영하는 채널A ‘불후의 명작’(장형일 연출) 촬영이 한창이었다. 여주인공 금희(박선영)가 요리대회 참가를 앞두고 어머니 산해(임예진)로부터 혹독한 요리강습을 받고 있는 장면이다.

‘불후…’는 국내 첫 본격 김치드라마를 표방한다. 총 20부작인 이 드라마는 22일 8회를 지나며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극중 ‘대한 김씨 최고종파’ 22대 종부인 계향(고두심)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밀의 요리책 ‘음식 유경’의 전수자를 공개적으로 뽑기 위해 요리대회를 열겠다고 발표한다.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하는 금희, 계향의 손자 성준(한재석)과 결혼을 꿈꾸는 영주(이하늬), 계향의 아들 현명(최종환)과 결혼해 종부 자리를 차지하려는 진미(김선경)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요리 대결 한편으로 러브 스토리도 뜨겁다. 금희와 성준은 친손자와 외손녀로 얽힌 인연의 실체를 모른 채 한창 사랑을 키우는 중이다. 여기에 금희를 짝사랑하는 건우(고윤후)가 끼어들면서 긴장감이 커져간다.

촬영장에서 만난 박선영은 “화면으로 보이는 맛깔스러운 음식뿐 아니라 정직하게 살아가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재미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통역을 맡고 있는 청와대 행정관 김일범 씨와 2010년 결혼한 새댁이기도 하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두 달 동안 요리학원을 다니며 기본 조리법을 익혔다.

고두심과 임예진, 금희의 아버지 영철로 출연한 백윤식 등 잘 익은 김치처럼 곰삭은 중견 배우들의 연기도 드라마의 깊은 맛을 더하고 있다. 임예진은 후배들의 정확한 연기를 돕기 위해 촬영장을 좀처럼 비우지 않았다. 자신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도 “진미(김선경)야, 언니 보고 대사해”라며 다른 연기자들의 시선 처리를 꼼꼼하게 챙겼다.

‘양념’ 캐릭터도 풍성하다. 산해의 큰아들 금호(신승환)는 착한 사람 일색인 삼 대째 설렁탕집의 유일한 사고뭉치다. 산해의 김치 비법을 팔아 돈을 벌려고 시종 전전긍긍하는 밉상 연기가 인상적이다. 신승환은 “아이의 수술비를 벌려는 부정(父情) 때문이니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며 웃었다. 남성 아이돌 그룹 ‘유키스’ 멤버였던 알렉산더는 극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나온다. 산해의 김치 맛을 배우기 위해 설렁탕 집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역이다. 그는 “김치 치치치 깍두기 두기두기…김치 좋아 좋아”라며 발랄한 ‘김치송’을 불렀다. 홍콩 출신으로 어머니가 한국인인 그는 ‘묵은지’를 가장 즐겨먹는다고 했다. 그는 “건강에 좋은 김치가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해외 공연마다 김치송을 부르겠다”며 김치 예찬론을 펼쳤다.

이 작품의 숙성도가 높아진 데는 김신혜 작가의 공이 크다. 그는 3년 동안 김치 명인 50명, 요리 명인 100명을 취재해 김치의 모든 것을 드라마로 풀어내고 있다. 명태 아가미를 양념과 버무려 담은 서거리 김치, 미역 줄기에 무 더덕 미나리 도라지 등을 넣은 해초김치 등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새로운 김치의 세계로 안내한다.

박선영은 “드라마 때문에 요리를 많이 하다 보니 식재료를 보면 ‘요리 공식’이 얼추 그려진다”며 “실제 내가 하는 요리도 은근히 맛있다는 걸 새삼 발견하게 됐다”며 웃음 지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세밀한 연출, 배우들의 하모니…. 어느새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맛깔스러운 한 포기 김치처럼 촬영 현장의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대전=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드라마#불후의 명작#김치#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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