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악녀’ 김유리, 알고 보니 화낼 줄 모르는 ‘순둥이’

  • 동아닷컴
  • 입력 2012년 5월 10일 11시 30분




“사실 화 한번 안 내봤어요.”

‘불굴의 며느리’에서 선배 연기자 신애라를 울린 임지은, ‘복희 누나’의 까칠한 송금주가 맞나.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 찾아온 김유리(28)는 수줍게 쿠키 박스를 내밀며 인사를 대신했다. 조곤조곤한 말투에 독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선한 눈웃음은 여기자의 마음도 단숨에 녹여버렸다. 말 그대로 ‘반전 매력’이다.

김유리는 지난해 MBC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서 신애라의 전남편 윤다훈의 내연녀이자 박윤재를 두고 신애라를 괴롭히는 악녀로 안방극장에 자리매김했다.

바로 이어진 작품 KBS 2TV ‘TV소설 - 복희 누나’에서는 유년기 시절 새어머니에 대한 반감 때문에 뾰족한 성격을 가진 송금주로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기까지 하늘로 떠나보낸 후에야 진정한 사랑과 가족애를 깨닫는 평탄치 않은 여성을 그렸다.

연달아 ‘독한 연기’를 해낸 김유리는 “악역을 하다 보니 얼굴도 미워지는 것 같다”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 "부모님도 미워한 내 모습, 통쾌했다"

- 화면 속 이미지와 정말 다르다. 선한 얼굴로 어쩜 독한 역들만 맡았나?
“‘불굴’의 오현창 감독님이 ‘악역같이 안 생겨서 뽑았다’고 하더라. 악역은 처음이라 당시 감독님도 나도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연기를 너무 못 했다. 선한 이미지에 악역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눈도 부릅뜨고, 너무 악을 품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불굴'은 아쉬운 작품이다."

"하지만 '복희 누나'의 송금주는 엄연히 악역은 아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악역으로 알고 있었다. 극 중 송금주는 예민하고 까칠한 캐릭터지 엄연히 악역은 아니더라. 하지만 서정적인 이 작품에서 내가 제일 못된 건 인정한다."

- 계속된 독한 연기에 악역 전문 연기자로 기억됐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지인들은 드라마 속 나를 못 알아보더라. '불굴의 며느리'에 출연 당시에는 부모님이 날 보고 '얄미워 죽겠다. 너 TV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정말 통쾌하더라. 원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비쳤다는 것 아닌가!"


▶ "못된 내 대사에 마음 아파"

- 드라마 속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실제 만난 김유리는 답답할 정도로 청순함이 넘치는 한마디로 '천상여자'다.)
"화내는 연기는 많이 했다. 하하. 물론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진 않는다. 실제 난 굉장히 긍정적인 성격이라 화를 안 내보고 살았다. 그런데 연기활동을 하다 보니 예민해져서 상처받는 일도 생기더라. 자꾸 독한 연기만 해서 그런가? 악역을 많이 연기하신 선배님들은 정말 대단하다."

- 경희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더라. 연기자 길로 접어든 계기는?
"내가 연기를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끼도 없었고,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었다. 대학 재학시절 호기심으로 들은 연기수업으로 맨홀에 빠졌다. 이후 2006년 이금림 작가 선생님께서 KBS 드라마 'TV소설 강이 되어 만나리'로 기회를 주셨다. 예술은 분야는 달라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은 여전히 나의 휴식처다."

▶ "이젠 사랑받고 싶다"

- 멜로 등 사랑받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지 않나?
"사랑받고 싶다. 김유리를 위해서라도 악역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연기력이 늘어나면 말을 못하거나 아주 순수하고 맑은 아이 역할도 도전하고 싶다. 아차! 액션도 해보고 싶다. 안 어울릴까?"

- 러브스토리를 함께 그려보고 싶은 남자배우가 있나?
"너무 많다. (웃음) 이병헌 선배와는 멜로가 아니더라도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다. 러브스토리 상대배우는 눈이 맑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
"좋은 작품, 사랑받는 캐릭터로 시청자와 만나고 싶다. 흔한 이름이라 인터넷에 검색하면 너무 많은 인물이 나온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배우 김유리로 인식될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사진 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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