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이 사건, 영화로 만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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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지하철 엽기녀들, 변태악당 맞서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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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과 헐크, 캡틴아메리카, 토르 등의 슈퍼영웅들이 드림팀을 만들어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한다는 내용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는 ‘최강의 슈퍼히어로들이 한데 뭉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상상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G-어벤져스’(사진)라는 제목의 B급 SF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 이른바 ‘지하철 막말녀’ ‘지하철 노출녀’ ‘지하철 담배녀’ 등이 개과천선한 뒤 ‘G-어벤져스’(이때 G는 ‘지하철’의 ‘지’)라는 드림팀을 결성하고 변태 악당들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 말이다!

우리 사회의 각종 사건사고에서 영감을 얻어 나만의 스토리를 창작해보는 작업이야말로 시나리오작가가 되기 위해 받는 대표적인 과제다. 최근 사건들에서 나만의 영화 스토리를 만들어보자.

먼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남성 방송인 K 씨(36)의 사례. “합의하에 했다”고 주장하는 K 씨 측과 “당했다”는 피해자의 공방을 중심으로 한 법정스릴러를 먼저 생각할지 모른다. ‘미기남’(미성년자를 기다리는 남자)이라는 저질 비디오영화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80도 바꿔 ‘심리 스릴러’로 접근하면 창의적 영감이 샘솟는다. “하늘로 간 애견을 생각하며 강아지 문신까지 남겼다”고 밝힐 만큼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K 씨의 모습에서 실마리를 얻는 것. ‘순정을 믿었던 한 남자가 여성으로부터 배신을 당한다. 남자는 이제 배신을 모르는 강아지들에게 미친 듯이 사랑을 쏟는 한편 여성 킬러로 타락해간다’는 진부한 스토리를 떠올릴 수도 있다. 제목은 ‘꽃을 꺾다’가 적절할 듯. ‘개들의 침묵’ 같은 제목도 가능하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체포된 사건에서도 휴먼 드라마를 떠올려볼 수 있다. 시작은 1980년대 대학가. ‘독재 타도’를 외치던 K는 정보당국에 의해 쫓기다 중국으로 밀항한다. 10년 만에 돌아온 K는 혁명의 동지이자 평생을 함께하기로 언약했던 L 양을 찾았으나 그녀는 신흥자본가와 결혼해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15년 만에 굴지의 저축은행 회장이 된 K는 L에게 복수하고자 그 남편이 오너로 있는 그룹을 인수하지만, 밀려오는 허망함을 참지 못해 서해로 몸을 던진다…. ‘서해’ 같은 센티멘털한 제목이나 ‘돈의 맛’ 같은 제목이 적합할 듯.

어떤가. 상상은 돈도 들지 않는 데다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지 않느냐 말이다. 요즘 사건 가운데 단연 시나리오 소재로 최고로 생각되는 것은 통합진보당에서 일어난 ‘활극’일 것이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침묵의 형벌을 받으마’ 같은 시나리오를 떠올릴 수 있을 듯. ‘총알 탄 사나이’ 같은 액션코미디가 제격일 듯하다. ‘알고 보니 그들은 외계인 종족이었다’는 반전을 넣어 ‘맨인블랙’이나 ‘지구를 지켜라’의 아류작 분위기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도박판 승려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도 가능하다. 불공을 드리기 위해 산 정상의 법당으로 향하다 그만 발을 헛디뎌 어머니가 숨지자 부처를 증오하게 된 아들이 스님이 되어 술, 도박, 여자를 의도적으로 가까이 하며 부처의 가르침을 부인하다 결국 큰 깨달음을 얻고 등신불이 된다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영화 ‘굿바이, 3관왕’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어벤져스#지하철 엽기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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