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일상 담아낸 임상수 감독 ‘돈의 맛’도 주목
하네케 등 거장들 대거 출품… 황금종려상 각축
《 한국영화가 이번에는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 최우수작품상의 숙원을 풀까. 세계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가 16∼27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올해로 65회를 맞는 이번 영화제에선 한국 영화 ‘다른 나라에서’와 ‘돈의 맛’이 경쟁부문에 올랐다. 한국 영화는 그동안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수상했지만 유독 세계 3대 영화제의 최우수작품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시장 규모 10위권에 오르는 등 세계 영화계에서 입지가 확고한 한국영화지만 아직 그만큼의 작품성은 인정받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 ○ 한국영화, 칸에서 6번째 수상 도전
2000년대 들어 한국영화는 칸의 단골손님이 됐다. 공식 경쟁부문에서만 다섯 번 수상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2등상 격인 심사위원대상(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2007년 여우주연상(전도연 ‘밀양’), 2009년 심사위원상(박찬욱 감독 ‘박쥐’), 2010년 각본상(이창동 감독 ‘시’)을 받았다. 주요 상 가운데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종려상과 남우주연상 정도만 수상하지 못한 셈이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 받고 심사위원장을 지낸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아 수상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 감독은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에 이어 세 번째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박덕호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사업센터장은 “(경쟁부문을 포함해) 칸에 8번이나 초청된 홍 감독에게 상이 주어진다면 감독상 쪽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돈과 섹스를 소재로 한국 재벌의 일상을 파격적인 화면에 담아내 주목을 끌고 있다. 임 감독은 2010년 ‘하녀’에 이어 두 번째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감독의 커리어 면에서 홍 감독이 앞서지만 영화의 소재나 흥미 면에서는 임 감독의 작품이 충분히 관심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 만만치 않은 대진표
올해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 22편은 어느 때보다도 쟁쟁하다. 켄 로치(영국), 미하엘 하네케(오스트리아), 크리스티안 문지우(루마니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 등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의 작품이 4편이나 된다.
황금종려상과 함께 심사위원상을 두 차례 수상한 로치 감독은 ‘에인절스 셰어’로 다시 칸을 찾는다. 영국 노동자 계급의 대변인으로 불려온 로치 감독은 이번에는 평범한 남성이 아이를 갖고 아버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따뜻한 가족 코미디를 선보인다.
2009년 ‘하얀 리본’으로 황금종려상을 안은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위페르가 이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사회파인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2010년 쥘리에트 비노슈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사랑을 카피하다’에 이어 또다시 멜로물 ‘라이크 섬원 인 러브’를 칸에 내놓았다. 기세 료(加瀨亮) 등 일본 배우를 캐스팅해 도쿄에서 촬영했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을 연출한 프랑스 누벨 이마주의 기수 레오 카락스, ‘크래쉬’ ‘M, 버터플라이’로 친숙한 캐나다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여덟 번째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프랑스의 90세 노장 알랭 레네 감독도 황금종려상에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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