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왕’(MBC ‘더킹 투하츠’·이하 더킹)과 뒷심 발휘한 ‘적남’(KBS2 ‘적도의 남자’). 같은 날 시작해 관심을 모은 지상파 수목 드라마의 대결은 희비가 엇갈린 채 끝나가고 있다. 3개 드라마가 종영을 2회 앞둔 현재 1등과 꼴찌의 순위는 뒤바뀌었다. ‘더킹’은 ‘해를 품은 달’의 후광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6.2%에서 시작해 현재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반면 한 자릿수 시청률(7.7%)이던 적남은 최근 14∼15%의 시청률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SBS ‘옥탑방 왕세자’는 10∼12%대로 극 초반의 2위를 유지하고 있다.(AGB닐슨·전국 시청률 기준)
①모호한 장르(더킹) vs 고전적 주제(적남)
더킹은 소재로는 의욕이 넘쳤던 작품이다.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의 국왕 이재하(이승기)와 북한 특수부대교관 출신 김항아(하지원)를 중심으로 남남북녀의 사랑과 남북관계라는 무거운 주제를 함께 그렸다. 그러나 판타지와 현실정치, 블랙코미디까지 더해지다 보니 결국 로맨스나 가벼운 판타지를 기대한 시청자들은 “난해하다”는 반응을, 묵직한 드라마를 기대한 시청자들은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정통멜로를 표방한 적남은 두 남자의 야망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수를 그렸다. 출생의 비밀과 엇갈린 사랑이라는 소재에 처음에는 ‘뻔한 복수극’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강렬한 캐릭터와 치밀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②악역은 누구인가
“봉구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더킹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김봉구(윤제문)에 대한 불만이 자주 제기됐다. 다국적 군사복합체 지주회사의 회장인 그는 주된 갈등을 야기하는 인물이지만 악행의 이유가 모호하고 코믹한 모습이 많아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반면 적남에서는 가해자들뿐 아니라 주인공 선우(엄태웅)까지 대부분의 등장인물에 악마성이 내재돼 있다. 적남은 이처럼 얽히고설킨 관계를 바탕으로 반전을 거듭한다.
③이승기-하지원의 불완전한 화학적 결합과 엄태웅의 동공연기
시력을 회복한 뒤에도 계속 실명한 척하는 엄태웅의 ‘동공연기’는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적남의 시청률을 이끌었다. 적남이 시청률 1위로 올라서게 된 시점도 엄태웅의 눈동자 연기가 절정을 이룬 9회 방영분이었다. 반면 톱스타 이승기와 하지원이 등장한 더킹은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유의 달콤한 매력을 강조하기에 이승기의 배역은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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