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그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한 배우 모건 프리먼을 이렇게 치켜세웠다. 배우는 감독의 상상력에 뼈와 살을 붙인다. 그래서 감독들은 자신의 예술 혼을 스크린에 구현해 줄 꼭 맞는 ‘페르소나(persona)’를 찾는다.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감독의 ‘분신’이자 ‘아바타’인 배우를 말한다. 팀 버턴 감독의 영화에는 어김없이 조니 뎁이 나오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로버트 드니로, 론 하워드 감독은 톰 행크스, 우위썬(吳宇森) 감독은 저우룬파(周潤發)와 단짝이다. 우리 영화계에도 찰떡궁합들이 있다.
최근 홍상수 감독은 그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에 출연한 유준상에 대해 “에너지가 넘친다. 성품이 건강하고 밝다. 그런 사람과 작업하는 게 좋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말수가 적고 블랙 유머와 모호함이 가득한 영화를 만드는 홍 감독이 유준상처럼 ‘모태 긍정’의 배우와 천생연분인 게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유준상도 “홍 감독이 영화를 찍고 싶은 때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해 ‘준상아 시간나면 내 영화 해야지’라고 한다”며 홍 감독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홍 감독의 영화는 1억여 원의 저예산으로 출연료도 적지만 유준상은 그의 부름에 ‘애니콜’이다.
17일 개봉한 ‘돈의 맛’의 임상수 감독은 배우 윤여정과 늘 함께한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등 그가 연출한 거의 모든 영화에는 윤여정이 나왔다. “(윤여정은) 뭔가 안 하려는 게 장점이다.” 임 감독의 윤여정에 대한 평가다.
최동훈 감독은 김윤석과 2004년 ‘범죄와의 재구성’으로 인연을 맺은 뒤 ‘타짜’ ‘전우치’ 등을 함께했다. 최 감독은 ‘한국판 오션스일레븐’으로 불리며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등 호화 멤버를 캐스팅한 ‘도둑들’에도 김윤석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도둑들’은 올여름 개봉한다. 김윤석은 최 감독에 대해 “캐릭터를 살리는 데 천부적이다. 이야기를 잘 만드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아 섬뜩할 때도 있다. 감독의 의도를 꿰뚫어 본다.”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를 선호하는 이유다. 봉 감독은 최근 촬영을 시작한 ‘설국열차’에 한국배우로는 송강호와 ‘괴물’에 여중생으로 나왔던 고아성만을 캐스팅했다. 이 작품은 제작비가 400억 원이 넘고 존 허트, 크리스 에번스, 옥타비아 스펜서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에는 늘 하지원이 나온다.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해운대’에 출연한 하지원에 대해 윤 감독은 “인성(人性)이 좋다. 체력도 좋다. 촬영장에서 다른 배우, 스태프와 융화할 줄 모르는 배우는 안 쓴다”고 말했다.
강우석 감독과 정재영도 ‘실과 바늘’이다. 강 감독은 “‘정재영은 연기에 미쳐 있다.’ 사생활도 없고, 집에 가라고 해도 안 간다. 촬영 내내 내 옆을 지킨다”며 배우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정재영은 ‘실미도’ ‘이끼’ ‘글러브’ ‘강철중: 공공의 적1-1’ 등에 출연했다.
배우 캐스팅에 유달리 까다로운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박쥐’에 신하균을 등장시켰다. 이준익 감독은 정진영과 ‘황산벌’ ‘왕의 남자’ ‘님은 먼 곳에’ ‘즐거운 인생’ ‘평양성’ 등을 함께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