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감독 속내 궤뚫고… 감독, 배우 가슴 훔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2일 03시 00분


영화계 찰떡궁합들

“하얀 종이를 총천연색으로 물들이는 존재다.”

할리우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그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한 배우 모건 프리먼을 이렇게 치켜세웠다. 배우는 감독의 상상력에 뼈와 살을 붙인다. 그래서 감독들은 자신의 예술 혼을 스크린에 구현해 줄 꼭 맞는 ‘페르소나(persona)’를 찾는다.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감독의 ‘분신’이자 ‘아바타’인 배우를 말한다. 팀 버턴 감독의 영화에는 어김없이 조니 뎁이 나오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로버트 드니로, 론 하워드 감독은 톰 행크스, 우위썬(吳宇森) 감독은 저우룬파(周潤發)와 단짝이다. 우리 영화계에도 찰떡궁합들이 있다.

최근 홍상수 감독은 그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에 출연한 유준상에 대해 “에너지가 넘친다. 성품이 건강하고 밝다. 그런 사람과 작업하는 게 좋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말수가 적고 블랙 유머와 모호함이 가득한 영화를 만드는 홍 감독이 유준상처럼 ‘모태 긍정’의 배우와 천생연분인 게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유준상도 “홍 감독이 영화를 찍고 싶은 때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해 ‘준상아 시간나면 내 영화 해야지’라고 한다”며 홍 감독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홍 감독의 영화는 1억여 원의 저예산으로 출연료도 적지만 유준상은 그의 부름에 ‘애니콜’이다.

17일 개봉한 ‘돈의 맛’의 임상수 감독은 배우 윤여정과 늘 함께한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등 그가 연출한 거의 모든 영화에는 윤여정이 나왔다. “(윤여정은) 뭔가 안 하려는 게 장점이다.” 임 감독의 윤여정에 대한 평가다.

최동훈 감독은 김윤석과 2004년 ‘범죄와의 재구성’으로 인연을 맺은 뒤 ‘타짜’ ‘전우치’ 등을 함께했다. 최 감독은 ‘한국판 오션스일레븐’으로 불리며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등 호화 멤버를 캐스팅한 ‘도둑들’에도 김윤석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도둑들’은 올여름 개봉한다. 김윤석은 최 감독에 대해 “캐릭터를 살리는 데 천부적이다. 이야기를 잘 만드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아 섬뜩할 때도 있다. 감독의 의도를 꿰뚫어 본다.”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를 선호하는 이유다. 봉 감독은 최근 촬영을 시작한 ‘설국열차’에 한국배우로는 송강호와 ‘괴물’에 여중생으로 나왔던 고아성만을 캐스팅했다. 이 작품은 제작비가 400억 원이 넘고 존 허트, 크리스 에번스, 옥타비아 스펜서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에는 늘 하지원이 나온다.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해운대’에 출연한 하지원에 대해 윤 감독은 “인성(人性)이 좋다. 체력도 좋다. 촬영장에서 다른 배우, 스태프와 융화할 줄 모르는 배우는 안 쓴다”고 말했다.

강우석 감독과 정재영도 ‘실과 바늘’이다. 강 감독은 “‘정재영은 연기에 미쳐 있다.’ 사생활도 없고, 집에 가라고 해도 안 간다. 촬영 내내 내 옆을 지킨다”며 배우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정재영은 ‘실미도’ ‘이끼’ ‘글러브’ ‘강철중: 공공의 적1-1’ 등에 출연했다.

배우 캐스팅에 유달리 까다로운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박쥐’에 신하균을 등장시켰다. 이준익 감독은 정진영과 ‘황산벌’ ‘왕의 남자’ ‘님은 먼 곳에’ ‘즐거운 인생’ ‘평양성’ 등을 함께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영화#배우#감독#영화계 찰떡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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