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를 연출한 멜로 영화의 귀재 허진호 감독이 프랑스 칸 영화제를 찾았다. 그가 감독하고 중국 제작사 존보미디어가 만든 영화 '위험한 관계'가 이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허 감독과 출연 배우 장바이즈(張柏芝)를 만났다. 허 감독은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부담이 컸지만 1930년대 상하이가 배경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중국 측의 강한 요청으로 메가폰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바람둥이 남자와 요부, 그리고 정숙한 여인의 애정 게임을 그린 18세기 프랑스 동명의 소설을 리메이크했다. 한국에서는 2003년 배용준 이미숙 전도연 주연의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로 만들어진 바 있다. '중국 버전'의 바람둥이 역은 장동건, 악녀 역은 장바이즈, 정조를 지키려는 여인 역은 장쯔이(章子怡)가 맡았다.
평소 '바른생활 맨'으로 불리는 장동건의 캐스팅이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허 감독은 "그가 옴파탈(치명적인 나쁜 남자) 역을 원했다. '이전 영화들에서 착한 배역만 했는데 이번에는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영화는 제작비 3500만 달러(약 410억원)를 들여 아시아권 영화는 드문 대작이다. 1930년대 상업적으로 번성한 상하이의 풍경을 화려하게 재현했다. 영화의 주 무대인 대저택을 세트 대신 난징에 직접 지었고, 컴퓨터그래픽(CG)으로 당시 도시를 스크린에 옮겼다. "당시 상하이는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부자들의 퇴폐적인 분위기가 만연해 원작의 프랑스 혁명 전과 유사한 느낌이 있었어요."
허 감독은 2009년 한국 중국 합작 영화 '호우시절'을 연출하며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앞으로 중국의 영화 산업 규모는 계속 커질 것입니다. 한국 감독들과 스태프가 대륙에 더 많이 진출했으면 합니다."
'파이란'(2001년)에 출연해 한국 관객에 친숙한 장바이즈는 "이전부터 허 감독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21세) '파이란' 출연해 한국이 아주 친근하게 느껴진다. '엽기적인 그녀' 때문에 한국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동건과 장바이즈는 2005년 첸카이거(陳凱歌) 감독의 '무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함께 하는 영화다. "(장동건이) 2005년 당시에는 오빠 같았고 친구 같았어요. 이번에 만났더니 성숙해 더 매력적이더군요. 아버지가 된 뒤 신비감이 더해진 것 같아요." '위험한 관계'는 10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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