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는 드라마에는 예능 출신 작가가 있다.” 최근 방송가를 꿰뚫고 있는 ‘흥행의 법칙’이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 또는 넝굴당)의 박지은 작가는 예능작가 출신이다. KBS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등 예능 프로그램을 두루 거쳤다. 그 덕분인지 매주 넝쿨당 게시판에는 “배꼽 잡았다”는 감상평이 올라온다. 4일 시작된 드라마 ‘빅’의 스타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도 각각 8년, 5년씩 예능구성작가로 활동했다. ‘뿌리 깊은 나무’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 역시 예능 프로그램을 거쳤다. 장진, 장항준 감독 등 알려진 예능작가(SBS 좋은친구들) 출신 감독 외에 지난해 관객 약 500만 명을 기록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김석윤 감독도 KBS 예능PD 출신이다. ‘위험한 상견례’ 김진영 감독도 프리랜서 예능PD로 활동한 바 있다. 》
○ 웃음이 힘이다
예능을 경험한 작가와 감독의 공통적인 강점은 무엇보다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 전통적으로 무거운 장르로 인식된 사극조차 경쾌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어설픈 교훈보다는 재미를 좇는 요즘 시청자와 관객의 구미에도 맞는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 국장은 “정통적인 방식을 고수한 무거운 드라마보다는 점차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유행”이라며 “드라마나 예능이나 지친 삶에 위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예능 출신들은 스토리보다 캐릭터나 에피소드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환경에 익숙하다. 그래서 이들이 참여한 작품들은 대부분 호흡이 빠른 반면 ‘질질 끈다’는 느낌이 적다. ‘넝쿨당’에서는 기존 드라마라면 극 중후반에서야 알 수 있었을 주인공 방귀남(유준상)의 출생 비밀이 극 초반에 모두 드러난다.
배우에게도 예능 출신 작가들은 환영받는다. 전통적인 드라마 작가나 감독이 스토리에 집중하며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 배우가 맞추길 요구하는 데 반해, 이들은 해당 배우의 캐릭터를 잘 살려주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한예슬과 신민아가 홍자매의 작품인 ‘환상의 커플’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넝쿨당에서 김남주의 연기가 살아난 것은 박지은 작가와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부터 호흡을 맞춘 경험도 큰 역할을 했다.
○ 순발력 9단
순발력과 유연함도 예능 출신들의 강점으로 꼽힌다. 매일 혹은 매주 단위로 시청률에 민감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예능작가들은 대중이 선호하는 코드에 민감하고 민첩하게 반응한다. 1인 작가가 아닌, 집단창작 시스템에 익숙하다. 이때 몸에 익힌 순발력과 유연함은 드라마에서도 발휘된다.
넝쿨당 제작사인 로고스필름 관계자는 “예능 출신 작가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빨리 파악하고 즉시 대본에 반영하는 게 가능하다”면서 “극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도 필요에 따라 에피소드, 대사 애드리브에 변화를 줘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고 말했다.
‘마파도2’ 등을 만든 예능PD 출신 이상훈 채널A 본부장은 “예능PD 출신 영화감독들은 짧게 빨리 찍는 편이다. 그 덕분에 제작비도 절감돼 제작자들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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