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그룹들이 잇달아 재결성해 돌아오면서 그 성공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록밴드 들국화와 댄스그룹 R.ef, 프로듀서 그룹 공일오비가 관심의 주인공들. 긴 세월 공백을 거쳐 최근 재결성했거나 컴백하는 ‘추억의 그룹’들이다.
19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들국화는 전인권과 최성원, 주찬권 등 원년 멤버 3인으로 17년 만에 재결성해 7월 전국투어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나선다. 이후 새 음반도 발표할 예정이다. 1998년 해체됐다 2004년 일시 재결성해 디지털 싱글을 냈던 1990년대 인기 댄스그룹 R.ef는 8년 만에 이성욱, 성대현, 박철우 등 원년 멤버가 다시 모여 8월 새 음반을 발표한다. 1990년대 세련된 음악으로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공일오비 역시 6년 만에 신인 객원가수를 직접 발탁해 5월30일 신곡 ‘렛 미 고’를 발표했다.
● 이름만으로도 반가운 그룹들…차별화가 성공의 관건
이들은 재결성 소식만으로도 반가움을 주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댄스음악이 가요계를 점령했고, 대형 기획사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이들은 어떤 음악을 내놓을까. 또 실제 컴백했을 때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우선 이들의 새 음악은 과거 음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팬들 역시 이들로부터 파격적인 실험을 기대하기보다는 과거 자신들을 사로잡았던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성은 전성기 시절의 것을 살리되 현재의 트렌드에 맞는 옷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5월30일 나온 공일오비의 신곡 ‘렛 미 고’가 “19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추구했다”는 소속사 엠브로 측의 설명처럼 1990년대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면서도 사운드면에서는 새로운 감각이 돋보인다.
R.ef 역시 새 음반에서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요소를 충분히 살린다는 계획이다. R.ef 소속사 아우라엔터테인먼트 측은 “멤버들은 자신들 특유의 색깔에 현 시대의 트렌드를 조화시켜 남성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낼 예정이다. 멤버들 모두 데뷔할 당시의 초심으로 열심히 앨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기억해 주고 기다려 준 팬들에게 좋은 음악과 활동으로 보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멤버들이 모두 불혹의 나이가 된 댄스그룹이어서, 꽃미남 외모에 화려한 퍼포먼스, 자극적인 음악을 앞세운 요즘 아이돌 가수들과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재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들국화는 현재 새 앨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발표 시기는 미정이다. 전인권은 5월 말 열린 재결성 기자회견에서 “유튜브로 전 세계가 보고 있는 만큼,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음악을 만들겠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들국화의 공연은 벌써부터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5월 말 예매를 시작한 전국투어 대구 공연과 서울 공연은 예매 시작 30분 만에 1차 판매분이 매진됐다. 긴 공백과 대마초 흡연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아 ‘기량이 예전만 못할 것’이란 우려를 자아낸 전인권은 재결성 기자회견에서 홀리스의 ‘히 에인트 헤비, 히즈 마이 브라더’의 한 소절을 불러 이런 우려를 잠재웠다. 후배 로커 임재범이 작년 MBC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크게 주목받은 것도 들국화에겐 좋은 징조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