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의 기본은 ‘사실’ 자체다. 최근 다큐테인먼트(오락성을 가미한 다큐) 등 그 사실을 포장하는 방법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무엇을 담느냐’는 여전히 다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KBS 3부작 다큐 ‘이카로스의 꿈’(연출 김형운)은 그런 점에서 올 상반기 우선 주목받아야 할 작품이다. 이 다큐는 지난해 8월 파키스탄 힌두쿠시 산맥을 출발해 인도 시킴 지방까지 히말라야 2400km를 세계 최초로 패러글라이더로 횡단한 박정헌 홍필표 함영민, 원정대 3인의 168일간 여정을 기록했다. 본보 기자가 동행 취재하며 지면에 기사를 연재했다.
오직 바람과 열기둥 등 자연에만 의지해 히말라야를 원정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카메라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급작스러운 기류 변화와 불시착, 혹한 등 어려움과 함께 히말라야 대자연의 압도적인 광경과 현지인들과의 조우를 주로 담아냈다.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굽어본 히말라야의 모습이나, 글라이더가 고도를 잡지 못해 위기에 빠질 때 독수리가 하늘 길의 조력자가 돼 열기둥을 찾아 안내하는 장면 등은 이 다큐에서만 접할 수 있는 진풍경이다.
2005년 히말라야 촐라체를 등반하고 하산하던 중 사고를 당해 손가락 8개를 잃은 박정헌 대장이 다시 패러글라이더로 재도전에 나선 것도 인상적이다. 원정대의 다른 대원들은 촐라체를 마주한 로부제(해발 6100m) 비행에 성공하지만 정작 박 대장과 촐라체의 재회는 기상 악화로 미뤄진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아쉬움도 없진 않다. 묵직한 소재에 접근하는 방식이 지나칠 정도로 우직해 다소 밋밋하다. 패러글라이딩 횡단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간대별 구성이 단조롭고,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부분도 있다. 촬영 여건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패러글라이딩 현장을 담은 화면도 대원들의 상반신에 집중돼 단조로운 편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간대별 구성이 일반적인 여행 다큐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이 다큐는 주로 드라마들이 방영되는 주말 오후 10시대 편성됐음에도 불구하고 3회 모두 10% 안팎의 시청률을 나타내며 선전했다. 기본에 충실한 다큐의 ‘뚝심’이 시청자에게도 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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