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를 본 불경죄를 저지른 이발사의 심정이 지금 기자와 같을까? 최근 국내외 인터뷰에서 목격한 외국 배우와 감독의 의외의 모습들. 누구에게 털어놓자니 가볍다고 핀잔을 들을 것 같고, 혼자만 간직하자니 입이 근질근질해 속병날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아바타 ‘임무거’ 군과 가상 메신저 대화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본다. 혹시 여기 나온 분들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기자: 최근 영국 런던에서 ‘프로메테우스’와 관련해 샬리즈 시어런을 만났잖아. 근데 그가 인터뷰 중 ‘F’로 시작하는 욕을 3, 4차례 입에 올리더군. ‘여신’의 입에서 어찌 그런 말이 나오는지….
임무거: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그 배우 말이야?
기자: 누구를 겨냥해 욕한 건 아니었고, 이를테면 “촬영 기간 중 ××게 힘든 하루였다”고 말했어. 요즘 여고생이 쓰는 ‘×나’ 같은 말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
임무거: 난 이전부터 그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알아봤어. 그가 ‘몬스터’(2003년)에서 흉측한 얼굴로 특수분장을 하고 예쁜 얼굴을 학대하던 때부터 말이야.
기자: 할리우드에서 요즘 가장 ‘핫’한 남자 배우인 제임스 프랭코도 ‘깜놀’.
임무거: ‘가방 끈’ 긴 그 배우? 프랭코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를 나와 컬럼비아대에서 순수미술학 석사학위를 받았잖아. 최근에는 뉴욕대 티시예술대에서도 석사과정을 밟으며 예일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
기자: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과 관련한 인터뷰였는데, 입에 알사탕을 물고 있었어. 볼 한쪽이 한껏 부풀었는데, 잘근잘근 씹거나 풍선을 불지는 않았지. 껌보다는 알사탕 같아. 하지만 목소리가 워낙 우렁차서 말을 알아듣는 데는 지장이 없더군.
임무거: 알사탕 물고 인터뷰라, 대단한 재주인걸. 그가 지난해 말 뉴욕대 수업에 자주 결석하고 반항아처럼 행동해 D학점을 받았다는 뉴스를 봤어.
기자: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탄 프랑스 ‘거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자유분방한 모습도 당황스러웠지. ‘코파카바나’ 국내 개봉에 맞춰 만난 그는 말하며 등과 빗장뼈 부위를 손으로 긁어댔어. 발을 만지작거리기도 했고.
임무거: 무좀은 글로벌한 질병이야. 발 냄새 안 났으면 됐어. 프랑스 사람들은 원래 그런 거 잘 의식 안 해.
기자: 탕웨이(湯唯)는 장난기가 넘치던데. 부산영화제에서 만났는데 열심히 적는 기자수첩을 슬쩍 넘겨다보며 웃더군.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며 인터뷰 시간을 줄여 달라고 애교 있게 말하기도 했고.
임무거: “가슴속에서 끌어낸 깊은 눈빛으로 연기한다”는 진지한 배우가 의외군. 하지만 ‘색, 계’에서 ‘겨털’ 노출도 마다하지 않은 걸 보면 솔직하고 용감할 것 같아.
기자: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인터뷰 때 책상을 직접 옮기는 털털한 모습이 좋아보였어. ‘머니볼’의 브래드 피트와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맷 데이먼은 진지하게 말하는 교수 스타일이야.
임무거: 감독들은?
기자: 예정 시간을 넘겼는데도 답을 마쳐야 한다며 이야기를 이어가던 뤼크 베송 감독, 심한 감기에도 친절하게 답을 하던 일흔다섯 노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열정적인 모습도 감동이었지.
임무거: 그건 좋은데, 우리 이렇게 열정적이고 진지한 분들 칭찬해 주자고 얘기 시작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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