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투니버스의 ‘막이래쇼’는 국내 유일의 키즈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6명의 ‘무작정탐험대’ 멤버들이 1박 2일 여행을 떠나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이다.
‘7세 이상 관람가’인 이 프로그램은 7세부터 12세 시청자 사이에서는 지상파의 ‘1박 2일’ ‘무한도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팬들의 충성도도 높아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학원 때문에 오후 7시 ‘본방 사수’를 할 수 없으니 방송시간대를 옮겨 달라”는 식의 요청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인기를 업고 지난해 5월 처음 방송된 뒤 올해 4월 시즌3가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탐험대 멤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시청자 멤버 12명을 공개모집했다. 최근 8600명의 서류 지원자 중 3000명이 1차 오디션 대상으로 선발됐다. 24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오디션 현장을 취재했다.
○ “제발 저를 뽑아주세요”
“노태엽, 사랑해∼” “김동현! 김동현!”
8000석 규모의 체육관이 탐험대 멤버의 이름을 외치는 오디션 참가 어린이들과 가족들로 가득 찼다. 김동현은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이다. 만화 주제곡이 흐르는 걸 제외하면 여느 아이돌 콘서트와 다를 게 없다. 아이들은 체육관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그러나 이토록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을 하던 아이들도 막상 오디션 부스에 들어가면 ‘얼음’이 된다. 오디션 참가자들은 1분간 댄스와 노래, 악기 연주, 마술, 무술, 심지어 훌라후프 돌리며 리코더 불기까지 자신만의 장기를 보여주고 면접관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눈다. 이때 합격 포인트는 ‘떨지 않기’. 카메라 테스트용 캠코더를 똑바로 응시하며 ‘내가 뽑혀야 하는 이유’를 또박또박 밝히거나, “멤버 ○○○과 친구가 되고 싶다. 내 타입이다”류의 애정고백을 하는 성숙한(?) 참가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심하게 쑥스러워하고 긴장하기 마련이다.
일주일간 연습했다며 완벽한 댄스 실력을 보였던 9세 초등학생은 “왜 막이래쇼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큰 눈만 껌벅거리다 ‘침묵의 오디션’을 끝냈다. 1분 내내 음악 없이 개다리 춤만 선보였던 11세 초등학생은 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떠는 탓에 대화가 중단됐다.
○ 아이 오디션은 부모 오디션
이 오디션은 부모들의 오디션이기도 하다. 주말을 포기하고 자녀를 오디션장에 데려다주는 일부터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합격 전략을 짜는 것까지 모두 부모 몫이다. 막이래쇼 팬인 딸을 위해 전남 여수에서 서울까지 왔다는 김해숙 씨는 “딸과 상의 끝에 좀 특이하게 가야금 병창을 하기로 했다”면서 “한복까지 준비해 왔는데 다른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지방에서 온 참가자 가족 중엔 전날 서울로 와서 오디션장 주변에 숙소를 잡은 뒤 당일 새벽부터 현장에서 대기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두 아들의 오디션 때문에 현장을 찾은 윤황미 씨는 “오전 7시 반에 도착했는데 이미 새벽 5, 6시에 온 가족들에게 밀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오디션 그 후
어린이들은 왜 이 프로그램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이날 오디션에 참가한 11세 최은경 양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좋아하는데 막이래쇼는 우리 또래가 주인공이라 특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한지수 투니버스 편성제작국 국장은 “지금까지 어린이 프로그램은 교육 위주, 어른 중심이었다면 막이래쇼는 그 반대”라며 “학업 스트레스가 많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또래의 아이들이 모험을 떠난다는 설정이 특히 어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번 1차 오디션에서 100명을 선발한 뒤 다음 달 초 2차 오디션을 통해 최종 12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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