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된 지 얼마 안 된 팀임에도 보컬리스트의 역량과 그 목소리가 명확하게 잘 들렸다. 인상 깊게 지켜보고 있다. 짜임새 있는 팀. 별들의 전쟁이다.” (가수 김경호)
6월 12일 첫 EP 앨범 ‘This Is Nothing’을 들고 나타난 4인조 록밴드 판타스틱 드럭스토어(Fantastic Drugstore)는 보컬&기타 임원혁, 기타 이형욱, 베이스 강연욱, 드럼 김교진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각자 다른 음악을 하던 네 사람은 2011년 1월 한 팀으로 뭉쳤다. 팀이 결성되고 힘 있으면서도 섬세한 드럼과 조화로운 베이스,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와 매력적인 보컬은 곧바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판타스틱 드럭스토어는 KBS2 ‘탑밴드2’에서 피아와 넘버원 코리아 등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팀들과 맞붙어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여 심사위원 김경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화제가 됐다.
앞서 그들은 ‘2011 갭 본 투 락’과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 각각 넥스트 인디스타 1위, 숨은 고수에 선정되며 돌풍의 초석을 다졌다.
새 앨범 ‘This Is Nothing’은 총 5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1번 트랙 ‘This Is Nothing’을 시작으로 ‘만나줄래’, ‘똥개’, ‘아저씨’, ‘Bad Girl’ 등이 수록됐다.
“그동안의 우리를 모두 보여주기에 이 앨범은 너무 부족한 느낌이라서 ‘This Is Nothing’입니다. 수록 곡 자체가 팀 초반에 라이브 하던 곡이에요. 최근에 작업한 곡을 넣으면 예전 곡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일동)
타이틀 곡 ‘아저씨’는 ‘탑밴드2’를 통해 공개돼 호평을 들은 곡으로, 대화가 단절된 삭막한 현실 속에서 서로 간의 소통을 원하며 만든 곡이다. 그들은 모든 상을 이 노래로 받았다.
▶음악은 유일하게 허용되는 마약 그리고 중독
판타스틱 드럭스토어는 ‘탑밴드2’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본선을 앞두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들에게 ‘탑밴드2’ 출연은 충분한 즐거움이었지만, 되돌아가고 싶은 기억은 아닌 듯 보였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13시간 정도 기다리고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힘을 내려고 했는데 하필 같은 조에 피아와 넘버원 코리아가 있었어요. 가장 만나기 싫은 팀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할 팀과 한 조가 된 거죠.” (이형욱)
피아와 넘버원 코리아와 한 조를 이룬 판타스틱 드럭스토어가 탈락하자 누리꾼들은 ‘최악의 대진운’을 가진 팀으로 판타스틱 드럭스토어를 꼽았다. SNS와 각종 게시판 등에서 아쉽게 탈락한 팀 중 다시 나왔으면 하는 팀으로도 판타스틱 드럭스토어가 회자됐다.
“맞는 말 같긴 해요. 결과적으로 우린 떨어졌으니까요. 반면 ‘그런 조가 아니면 우리가 이슈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같은 무대에서 다른 팀이 연주하는 생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것은 같은 가수로도 값진 경험이에요. 그 진동과 감정, 호흡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페스티벌을 찾아가 듣던 피아 형들을 바로 옆에서…최고죠.” (김교진, 이형욱)
하지만 그들은 다시 경연에 합류하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즐기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탑밴드2’가 기획되고 동영상 오디션에 굉장히 많은 인디밴드가 참가신청을 하면서 음악 팬들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국내 정상급 밴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판타스틱 드럭스토어에게 수많은 인디밴드가 방송에 참가신청을 낸 이유에 대해 묻자 자유분방하던 그들의 눈빛이 변하고 사뭇 진지한 대화가 장시간 이어졌다.
“동영상 지원 전부터 벌써 소문이 다 돌았어요. 당시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 나가면 손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하는 팀이 많이 나오니까요.” (이형욱), “그들이 참가한 이유는 딱 하나인 것 같아요. ‘방송에서 뜨고 싶다’, ‘밴드 중 최고가 되겠다’라는 게 아니라 인디와 록을 살리기 위해서죠. 우리는 자체발광 해야 했어요. 투자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으니까요. 발광하고 발악하다 지친 선배들이 나와서 힘을 모은거죠. 이슈가 되면 밴드·인디신이 커질 것 같으니까요.”
▶자급자족하는 소규모 가내 수공업 음악
밴드 국가스텐과 비교되고 있는 판타스틱 드럭스토어.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일까.
“없어요. 멤버들끼리 ‘우리는 장르가 뭘까’라는 생각만 하고 살았어요. 정해 놓은 것은 하나도 없죠. 서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저절로 곡이 나왔죠.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그런지에 가까운 개러지 정도?” (일동)
판타스틱 드럭스토어가 앨범을 발매하고 이들의 음악을 들은 음악 팬들은 녹음과 사운드 프로듀싱의 퀄리트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를 보냈다. 기대심리가 상당히 높아진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한 것.
“이들은 이번 앨범에 실린 전곡을 녹음실이 아닌 집에서 마쳤어요.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집에서 녹음과 드럼, 믹스까지 모두! 믹스에만 3개월이 걸렸어요.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알고 들으면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임원혁)
주변에서 들리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확신에 차있었다.
“우리는 건조하고 원초적 음악, 라이브 사운드를 최대한 끌어내어 날것 그대로의 사운드를 밸런스 있게 표현하는 게 목적이었어요. 넉넉지 않은 돈으로 어설프게 남의 손에 맡길 바에야 우리가 하자는 마음이었죠. 우리가 좋아하고 만족할 음악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일동)
▶‘너의 시대를 살고, 너의 시대를 노래하라’
‘탑밴드2’에 출연한 뒤 멤버들은 팀을 아는 사람은 물론 팬들도 늘었다고 말한다. 이젠 포털 사이트에서 적게나마 자신들과 관련된 기사를 찾아 읽을 수 있다. 길에서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워했다.
“이상하고 신기해요. 홍대 근처가 아닌 다른 대학교 근처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우리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들었어요. 정말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벅차고 좋았어요.” (김교진)
이런 행복함은 그들을 더욱더 음악 작업에 몰두하게 한다. 멤버들은 주위 사람들의 눈이 부끄러워 전화하는 척 악상을 녹음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끔 술에 취해 영감이 떠올라 스마트폰에 녹음 하면 당시엔 ‘전 세계를 뒤엎을 아름다운 노래가 탄생했다’고 느끼지만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알아들을 수 없는 창피한 목소리에 삭제하기 바쁘다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고, 강한 망치질에 더욱 단단해지는 쇳덩이처럼 그들은 내구성 강한 음악을 하고 있다. 스스로 만족하고 모두가 행복한 음악을 하는 밴드를 지향한다.
판타스틱 드럭스토어는 30일 오후 7시 홍대 클럽 FF에서 앨범 발매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판타스틱 드럭스토어만의 음악에 흠뻑 취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을 원한다면 함께해 볼만 하다.
판타스틱 드럭스토어는 올 가을부터는 내년 초 정규 발매를 목표로 새로운 곡 작업에 들어간다. 아직 1/10도 보여주지 못한 그들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사회 풍자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어렵지 않은 곡. 위트가 우리의 음악을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음악도 변하듯, 우리의 시대를 살고 지금 이 시대를 노래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인디·밴드신은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일동)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