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정글의 법칙’ 이달 시베리아편
“이젠 문명생활이 어색… 야생이 편해요
저만 할수 있는 생존예능 보여드릴게요”
“빨리 정글로 가고 싶어요. ‘중독’된 거 같아요.”
이 남자, 대책이 없다. 인터뷰 시작 때만 해도 나른해 보이더니 정글 얘기가 나오자 금세 눈빛을 반짝인다.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는 김병만(37). 그는 최근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서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해부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 남태평양 바누아투 등을 다녀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문명생활(?)을 한 지 겨우 일주일 남짓 지났지만 “떠난 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고 푸념했다. 개그맨 노우진의 말대로 원래 야생에서 살았던 사람이 아르바이트로 연예인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는 정글에서 살 때 보람을 느껴요. 사실 거기서는 먹고 자는 것만 생각하면 돼요. 근데 여기는 머릿속이 정글이잖아요.”
‘정글…’은 지난해 그가 출연한 ‘키스 앤 크라이’를 연출한 정순영 PD(53)와 김병만이 평소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르는 개그작가 장덕균 씨(47)의 사적인 만남에서 비롯됐다. 정 작가가 “병만이는 타잔”이라며 그의 다채로운 식성과 생존 능력을 소개했고 정 PD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
김병만 스스로가 자연과 가까운 산골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고향인 전북 완주군에서 산짐승과 물고기, 뱀 등을 잡으며 야생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법을 ‘조기교육’ 받았다고 했다.
“스무 살에 배관일을 할 때 동료 형에게서 ‘원리를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는 나름의 지혜를 배웠습니다. 저는 똑똑하진 않아요. 그저 원리를 생각하고 관찰하는 거죠. 예를 들어 원주민의 주거지와 생활을 보고 왜 그런가를 생각하면 그곳의 환경이 어떤지, 그 속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깨치게 돼요.”
‘정글…’에서 시청자를 사로잡는 큰 요인 중 하나가 그의 리더십이다. ‘병만족(族)’이라는 신조어의 주인공이 됐을 정도다. 한 집안의 가장처럼 프로그램 내내 오지를 배회하며 먹을거리를 찾고 병만족의 안전을 지킨다. 힘으로는 뒤지지 않을 리키 김이나 격투기 스타 추성훈도 그에게 의지하곤 한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김병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저는 혼자 있으면 기가 많이 죽어요. 그러나 지켜야 할 사람이 있으면 정말 열심히 해요. 정글에서도 마찬가지죠. 리더십이라기보다는 ‘내 편이 많았으면 좋겠다’란 마음에서 먼저 나서서 하려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그는 2002년 데뷔 이후 늘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덤볐다’고 했다.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나 ‘키스 앤 크라이’ ‘정글의 법칙’ 모두 자신을 극한에 몰아넣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정글…’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그는 “최근 촬영한 시베리아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북위 70도 근방에 위치한 곳에서 20일을 버텼다.
“덥고 벌레 많은 게 그래도 낫죠. 추운 곳에서는 몸이 굳어서 움직이질 못해요. 게다가 정글에 비해 먹을거리가 없어서 고생했어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 역시 위축된 느낌이죠. 물론 마음이 차가운 건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 와도 묻지 않고 3일을 보살펴 주더라고요.”
시베리아 편은 바누아투 편이 끝난 뒤 15일부터 방영되고, 족장 김병만과 병만족은 또 다른 탐험을 위해 이달 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로 출국한다.
“신인 시절 무술개그를 할 때부터 ‘언제까지 몸으로 할 거냐’는 얘길 들었어요. 그렇지만 청룽(成龍)이나 찰리 채플린을 보세요.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나이에 맞게 몸을 사용해요. 산악인이 나이가 들었다고 산을 오르는 걸 멈추진 않잖아요. 저도 그래요. 제 색깔이 들어간 예능을 계속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 더 노력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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