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형 “이번엔 트랜스젠더 로커…배우라서 행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8월 3일 07시 00분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한 여자에 대한 순애보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은 박건
형.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한 여자에 대한 순애보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은 박건 형.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박건형, 11일부터 뮤지컬 ‘헤드윅’ 공연

8년전 출연 제의 받았던 ‘헤드윅’
그땐 덜컥 겁이 나 거절했죠
지금은? 좀 설레네요


편안한 모습이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한 여자를 위해 순정을 바치는 완벽남 조은성을 연기한 배우 박건형(35)이 어깨에서 짐을 조금 내려놓았다. 워낙 판타지가 강한 캐릭터라 스스로를 이해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는 그는 숨 돌릴 틈 없이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박건형은 ‘아이두 아이두’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그저 좋다고 했다. 직접 초음파 검사까지 했다. 결국 새드 엔딩으로 끝났지만 조은성은 따스한 미소로 그 여자를 떠나보냈다.

“저도 처음에 대본을 보고 ‘은성이 같은 남자가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저는 은성이가 될 수 없었다. 은성이 같은 남자가 제 주변에 없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였다. 판타지 같은 인물이지만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다만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가 아닐 뿐이다. 촬영하면서 시청자가 ‘조은성은 어딘가에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게 목표였다. 제 주변에 있는 여성들이 ‘은성이 같은 남자 어디 없느냐’고 묻던데 이 정도면 목표 달성아닌가? 하하!”

박건형은 캐릭터의 인생을 살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은성을 통해 나의 남성상이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몸 속 어딘가에서 꿈꾸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고, 이러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재밌었다고 웃었다.

“배우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언제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황지안(김선아) 같은 여자를 만나겠느냐.”

인터뷰 내내 눈을 떼지 않고 상대를 응시한 박건형은 상대방의 눈을 통해 이 사람이 자신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주어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없으면 없겠지만 있으면 나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상담도 많이 해준다. 하지만 조언은 조언에서 그친다.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만약 후배가 갈림길에서 어려운 쪽을 선택하려고 한다면 얘기는 해줄 수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 주고 튼튼한 다리를 내어 줄 수 있다. 내가 그 후배의 인생을 대신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종 선택은 후배의 몫이다.”


11일부터 박건형은 또 다른 삶을 산다. 이번에는 희대의 트랜스젠더 로커의 이야기인 뮤지컬 ‘헤드윅’이다. 8년 전 첫 제의를 거절하고 두 번 만에 ‘헤드윅’을 손에 넣었다. 첫 번째 제안을 거절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난 부족한 그릇이었다”고 설명했다.

“8년 전에는 겁이 났다. 내가 과연 ‘헤드윅’을 표현할 수 있을지. 다시 제안을 받고 생각을 많이 했다. 만약 이번에도 하지 않으면 평생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헤드윅’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 걸어가다 ‘헤드윅’이란 단어만 들려도 움츠러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기를 냈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긴장되고 떨리지만 한편으로는 설렌다. 놀이동산에 있는 공포의 집에 들어가기 직전 기분이다.”

이어 “무대는 무섭고 치열하며 또 냉혹하고 두려운 곳”이라고 했지만 “내 삶에 있어 무대는 만사 제쳐 두고 만나러 나갈 수 있는 존재이다. 무대를 통해 인생의 벽을 넘어섰고 눈이 번뜩였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