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개봉한 이 영화는 12일째인 5일 현재 관객 688만 명의 마음을 훔쳤다.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괴물’ 1301만 명)을 갈아 치울 태세다. 현재 추이대로 간다면 다음 주 중 1000만 명을 돌파하고, 이달 내 신기록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의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는 이 작품은 최동훈 감독(41)과 제작사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42) 부부(사진) 손에서 탄생했다. 이들 부부가 함께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계에서 남편이 감독, 아내가 제작자를 맡는 일은 이례적이다. 예술성을 강조하는 감독과 주로 대중성에 신경 쓰는 제작자가 갈등 관계를 이루기 쉽기 때문이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안 대표를 만나 ‘부부 합작’ 영화의 성공 신화를 쓴 비결을 물었다.
“사실 이 정도 흥행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은 한 주 뒤 개봉이라 더 부담이 컸지요.”
개봉 전 영화의 ‘어닝 서프라이즈’(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제작비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의 배트맨 시리즈 마지막 편인 ‘다크…’가 최대의 적이었다. 최 감독은 개봉 전 ‘도둑들’(110억 원)의 25배에 이르는 거액을 쏟아 부은 이 영화에 대해 “박쥐(배트맨)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극장은 바로 펄펄 끓었다. 개봉 첫날 관객 43만 명을 모아 한국 영화 사상 첫날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김수현 등 화려한 캐스팅, ‘타짜’ ‘전우치’ 등을 히트시킨 최 감독에 대한 기대감, 한국적인 와이어 액션신 등의 볼거리가 자석처럼 관객을 당겼다.
안 대표는 “영화의 성공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재미’라고 답했다. “스스로 재밌는 영화, 즐겁게 만든 영화를 관객도 즐기는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이전의 1000만 영화에는 사회적 메시지(‘왕의 남자’ ‘괴물’)나 새로운 볼거리(‘해운대’ ‘태극기 휘날리며’)가 있었지만 ‘도둑들’에는 이 같은 요소들이 없다. 이런 점에서 ‘도둑들’이 기존 흥행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부가 빚어낸 시너지 효과는 특히 흥행의 큰 힘이었다. 최 감독은 전작들처럼 남성적인 캐릭터로 승부하는 스타일인 반면 여성 관객을 끄는 데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너는 내 운명’ ‘박쥐’ 등 감성이 살아 있는 영화를 프로듀싱했던 안 대표가 ‘여자 마음을 끄는 법’에 대해 조언했다. “극 중 김수현과 전지현, 김윤석과 김혜수의 로맨스를 좀 더 넣자고 했죠. 김혜수 전지현을 능동적인 캐릭터로 만들었고요.” 여성 관객은 금고털이 전문가인 김혜수에게 ‘멋있다’, 김수현에게 입술을 ‘도둑맞는’ 전지현에게는 ‘귀엽다’는 반응을 보이며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9월. 당시 영화사 제작부에서 일하던 안 대표는 시나리오 각색 작가였던 최 감독과 계약하고 오라는 지시를 회사 간부로부터 받았다. 당시 안 대표가 개런티 1000만 원을 제시했다. 통장에 50만 원밖에 없던 최 감독은 추호의 주저함도 없이 덥석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오래 친구로 지내오다 2007년 9월 배우 백윤식의 주례로 결혼했다.
안 대표는 이 영화를 ‘첫아이’라고 표현했다. 아직 아이가 없는 부부는 영화 흥행이 마무리되면 아이를 가질 예정이다. “감각이 늙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우리 목표예요. 좋은 영화도 많이 낳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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