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성호(38)는 요즘 화장독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그가 맡은 KBS2 ‘개그콘서트’ 중 ‘멘붕스쿨’ 코너의 갸루상 캐릭터는 특히 짙은 분장이 필요하다.
요즘 그는 ‘갸루상 사람이 아니므니다’ ‘갸루상 아직 태어나지 않았스므니다’ 등의 능청스러운 유행어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갸루란 영어 걸(girl)의 일본식 발음. 짙은 눈 화장에 특이한 복장을 한 여학생들을 가리킨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그를 만났다. 코 옆에 벌겋게 생긴 여드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멘붕스쿨은 문제 학생들이 선생님(황현희, 송준근)과 상담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매주 녹화가 있는 수요일마다 그는 갸루상으로 분장한다. 얼굴을 분으로 허옇게 만들고 펄까지 덧칠한다. 눈두덩은 판다처럼 까맣게 그린다. 여자 후배 개그맨들의 조언을 참고해 눈꼬리를 올려도 보고 내려도 봤다고. 30분 넘게 분장에 공을 들인 뒤 세라복 교복 치마를 입고 노란색 가발을 쓴다. 그런 뒤 안짱다리를 하고 무대 위로 걸어 나간다.
짙은 분장을 망설이지 않았냐고 물었다. “전혀요.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라는 ‘도구’를 웃음 주기 위해 극대화하는 방법일 뿐이죠.” 15년차 베테랑 개그맨다운 답변.
처음 갸루상 분장을 해보고는 시청자들이 ‘그런 개그, 일본에나 가서 해라’는 식의 거부감을 일으킬까 걱정했다고 했다. 실제로 누리꾼 사이에서 일본 문화를 희화화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순수하게 개그를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갸루상은 그의 아내 이지영 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단 한 번에 PD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그는 “겉모습만 보지 말고 갸루상이 하는 대사를 놓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갸루상은 의미심장한 ‘선문답’을 자주 펼친다. 선생님이 ‘일본인이냐’고 물으면 ‘사람이 아니므니다’라고 답하고, ‘무엇을 먹느냐’고 물으면 ‘욕을 먹스무니다’ 하고 말한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갸루상의 ‘말도 안 되는 말’을 매번 진지하게 들어준다.
“일상에서 갸루상은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받겠지만 무대 위에서는 대화가 이어져요. 엄마와 아이, 직장 내 상사와 부하 사이에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1997년 KBS 개그맨 공채로 데뷔한 그는 ‘개콘 서열 1위’로 70개가 넘는 코너에 출연했지만 갸루상으로 제대로 ‘대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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