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한 빌라. 열흘 간격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 연쇄살인을 먼저 눈치 채는 건 ‘이웃’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벌어지는 살인. 이유 없이 잔혹한 범죄를 벌이는 살인자, 피의 현장을 눈치 챈 경비원, 악당보다 강한 악당, 딸을 잃은 의붓 엄마, 딸을 지키지 못한 엄마까지 모두 ‘이웃사람’(감독 김휘·제작 무쇠팔, 자이온엔터테인먼트)이다.
●STRENGTH(강점)…오랜만에 나온 웰메이드 스릴러 허구의 영화보다 신문 사회면 뉴스가 더 ‘섬뜩한’ 요즘이다. 뉴스 보기가 겁난다는 말도 들린다. 잔혹한 스릴러 영화보다 더 잔인한 범죄가 판치는 세상. ‘1층 남자’가 ‘윗집 소녀’를 살해하고 ‘같은 빌라’에 사는 또 다른 소녀를 범죄 대상으로 지목하는 상황. ‘이웃사람’ 속 이야기이자, 현실에도 빈번히 일어나는 사건이라 불행한 스토리다.
‘이웃사람’은 허구와 현실의 경계 위에 서 있다.
영화를 보면 어쩔 수 없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불특정 다수’의 사건들이 떠오르지만 정작 영화에는 찌르고, 피 튀기고, 은닉하는, 구체적인 모습은 담지 않았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며 범죄를 주입하는 대부분의 스릴러가 택한 길을 ‘이웃사람’은 거부한다.
대신 공간과 물건을 이용한 상황 묘사는 수준급. 이웃 사람들이 사건의 단서를 잡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호흡까지 빨라진다. 경비원(천호진)이 살인범(김성균)의 존재를 눈치 채는 ‘세제통’과 ‘검은 비닐봉지’ 같은 물건이 주는 공포 묘사 역시 상당히 오싹하다.
‘해운대’ ‘심야의 FM’ 시나리오를 쓰고 ‘댄싱퀸’ ‘시체가 돌아왔다’ 각색에 참여한 ‘이야기꾼’ 김휘 감독의 연출 데뷔작. 한 편의 시나리오를 오래도록 갈고 닦았던 세밀한 감독의 ‘눈’은 스크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 WEAKNESS(약점)…3년 전 웹툰으로 알려진 이야기 3년 전 강풀 작가가 발표한 동명 웹툰이 원작. 이미 공개된 이야기는 강점이자 약점이다.
앞서 흥행에 성공한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끼’가 모두 원작 웹툰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것처럼 ‘이웃사람’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원작의 오랜 팬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이유는 ‘너무 똑같아서’다.
살인범이 누군지 공개하고 시작하는 영화의 장·단점도 ‘이웃사람’이 품고 가야 하는 아킬레스건. 사건을 추적하거나 범인의 존재를 추리하는 극적인 긴장은 덜한 편이다.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보다 상황과 상황이 맞물려 만드는 현실적인 공포, 인간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 OPPORTUNITY(기회)…국가대표 배우들의 연기 올림픽 블랙홀이 없다.
출연하는 배우 모두 국가대표급 연기력. 천호진·김윤진·임하룡·마동석·김성균에 아역이자 1인 2역을 맡은 김새론까지 ‘배우 올림픽’을 보는 듯한 폭발력을 지녔다.
등장인물 수가 많지만 세 명 이상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촬영장에서 서로 마주치지 못하고 영화를 끝냈다. 즉 상대 배우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촬영장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각각의 배우가 뿜어내는 섬뜩한 분위기는 압권. 더욱이 인물 각자가 조금씩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들이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매력도 상당하다.
● THREAT(위협)…스타 배우들의 협공 개봉 첫날인 22일 ‘도둑들’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가뿐이 뛰어넘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예매율도 높아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도 점쳐지는 상황. 하지만 초반 분위기가 얼마만큼 이어질지 미지수.
개봉 2주째에 접어드는 30일에는 스타 배우들이 나선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쏟아진다.
일단 한국영화만 세 편. 하정우·공효진의 다큐 영화 ‘577프로젝트’, 임창정·최다니엘이 호흡을 맞춘 스릴러 ‘공모자들’, 오달수와 곽경택 감독이 만난 ‘미운 오리 새끼’다.
30일을 지나면서 ‘이웃사람’의 처지가 ‘첩첩산중’이 될지, ‘무소불위’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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