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아미’(30일 개봉)의 조르주 역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은 ‘트와일라잇’에서 새빨간 입술만 섹시했지만 이번에는 눈빛까지 ‘옴 파탈’로 손색이 없다. 가진 건 치명적인 매력의 몸뚱이뿐인 퇴역군인 조르주가 여자들을 발판으로 출세의 계단을 오를 때, 패틴슨도 ‘스타’에서 ‘배우’로 한 계단 발돋움한다.
이 영화를 보는 재미의 8할은 배우의 연기에 있다. ‘킬빌’의 여전사 우마 서먼(마들렌 역)도 모처럼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다. 큰 키에 일본도를 들고 공중 유영하던 서먼은 이번에는 연인에게는 ‘쿨’한, 그러면서도 출세욕에 몸부림치는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출연에 끌려 영화를 고른 관객이라면 호객행위에 속지 않았다고 느낄 만큼 호연이다. 서먼은 ‘킬빌’ 이후 흥행과 비평 면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줄거리는 1885년 프랑스 작가 모파상의 동명 소설과 똑같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젊은 퇴역 군인 조르주는 옛 동료의 소개로 파리 사교계 거물 마들렌을 만난다. 그의 도움으로 신문사에 취직한 조르주는 귀부인 클로틸드(크리스티나 리치)를 유혹해 정부(情夫)가 된다. 더 큰 욕망을 그리던 조르주는 신문사 간부 부인 비르지니(크리스틴 토머스)의 마음마저 흔들어 고급 정보를 빼낸다. 조르주는 어느새 국가 정치체제를 흔드는 거물이 된다.
관객은 조르주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을 거울삼아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헛헛한 뒷맛이 꽤나 오래간다. 연극 연출을 해왔던 디클란 도넬런, 닉 오머로드 감독이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이상.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