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이다. 여전히 그 이름값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이들과 곽 감독은 오랜 시간 함께 해 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다른 길을 택했다. 아니, 아직 세상에 낯선 신예들과 힘을 모았다. 30일 개봉하는 그의 신작 ‘미운 오리 새끼’에서 낯익은 배우라곤 오달수 한 사람 뿐이다. 모두 곽경택이란 이름 하나만으로 뭉쳐 몇 달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김준구, 조지환, 정예진 등 곽 감독이 지난해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SBS ‘기적의 오디션’ 출신들이다.
곽 감독은 ‘친구’ ‘챔피언’ ‘똥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태풍’ ‘사랑’ 등 대체로 선굵은 남자 이야기를 펼쳐 오기도 했다. 물론 ‘미운 오리 새끼’도 남자들의 이야기다.
1987년, 아직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지금은 없어진 6개월 방위를 주인공으로 군대 이야기를 펼쳐냈다. 대신 그 화법이 달라졌다. 밝고도 진한 코믹 감성을 밑바탕에 진하게 깔았다. 지금 젊은 세대들도 킥킥거릴 수 있을 만큼 웃음의 공감을 얹었다. 물론 그 맨 밑바닥에는 1980년대라는 시대적 정서로서 튼튼한 이야기의 받침대를 넣어뒀다. 이런 층층의 이야기를 곽 감독은 전적으로 자신의 경험에서 가져왔다.
과연 곽경택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 지금, 그것도 1980년대 후반 군대 이야기라니.
“무모해 보이나? 의미 있지 않은가. 지인들과 찍었는데 비판받으면 큰일이다. 다행히 20대, 특히 여성들도 밝은 표정으로 극장을 나오더라. 적어도 헛짓한 건 아니다.”
- 왜 지금인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이야기를 못 하면 평생 아쉬워할 것 같다. 미국 유학 시절 마치 게릴라처럼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충무로로 날아왔지만 정말 난 그때 ‘미운 오리 새끼’ 같았다. 그런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침 18개월 방위로 복무한 내 군대 몇 달 고참이자 지금은 대중문화평론가인 강헌의 격려도 있었다.”
- 뭘 말하고 싶었나.
“세상에 뭘 던져야지? 그런 거 없다. 지금 아니면 로케이션도 안 될 것 같고, 스태프도 인건비 투자라는 데 동의할 것 같지 않았다.”
- 당신의 경험이 상당부분 녹아들었다는데.
“방위 시절, 이발병에 사진병, 창고지기 등등 오만가지 다 해봤다. 물론 영창 보초도 서봤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 영화로 봐 달라.”
- 배우들이 신선하다.
“사람에게 일과 관련한 동기를 주는 건 비전 아니면 돈이다. 지금 당장 돈이 많지 않으니 비전을 줘야 하는데…. 이 배우들이 현장을 경험한다는 건 소중한 계기가 된다. 내가 만만한 감독이 아닌데 얼마나 부담스러웠겠나. 하지만 서로 대화하고 노래하며 다가갔다. 삼촌과 조카, 형과 동생처럼 말이다.”
- 10억원이 채 되지 않는 제작비로 완성했다.
“여기저기 빌리고 투자받고 했다.”
- 그러는 동안 정말 ‘미운 오리 새끼’였나? 제목의 의미는 뭘까.
“스스로 백조인 줄 모르는 미운 오리 새끼들이 너무 많다. 겉으론 다들 멀쩡해 보이고 번지르르한 것 같지만 모두 속앓이하며 산다. 결국 인생은 견디며 나아가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한때는 우아했다. ‘친구’ 터지고 미국행 비행기 비즈니스석 타고 LA가서 ‘챔피언’ 찍을 때 말이다. 결국 자신도 우아한 백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기 바란다. 많은 청춘들이.”
- 차기작은.
“드라마 ‘아이리스2’가 될 수도 있고, 제법 규모가 큰 영화도 있다. 하지만 해야 하나보다 하는 것이지. 아이템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 상황에 맞게 찍고 놀 수 있는 판의 멍석 말이다. 이런저런 어려움과 설움도 겪어봤다. 그러니 내성이 길러지더라. 세상에 죽고 사는 일 아니면 다 해결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