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3일 월요일 맑음.
콧수염. 트랙 #25 Cake ‘Mustache Man(Wasted)’(2011년)
대중음악평론가 I는 ‘콧수염’으로 통한다. 힙합 전문가다. 하지만 헐렁하거나 껄렁한 편과 거리가 먼 그의 풍모는 차라리 ‘깔끔한 모던 록 전문가’ 같다. 깡마른 체구에 딱 달라붙는 카디건이나 셔츠를 즐겨 입고, 거기에 조심스레 기른 콧수염이 추가돼 그의 인상이 완성된다.
1일 오후, 집 근처 카페에 갔다. 멀리서부터 2층 건물 담벼락에 걸린 거대한 콧수염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이 카페에서 이날 ‘오늘 하루만큼은 프레디의 날로!’라는 뜻이 담긴 ‘프레디 포 어 데이’ 행사가 열렸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 말이다. 그의 생일(9월 5일)을 앞두고 카페 안은 머큐리와 퀸의 앨범 표지, 포스터, 영상들로 넘쳐났다. 커피 주문을 받는 직원들도 가짜 콧수염을 달았다. 이목구비나 의상, 액세서리가 아닌 콧수염 하나가 한 뮤지션과 그의 음악 세계 전부를 상징할 수 있다니 새삼 신선하게 느껴졌다.
4일에는 머큐리의 특별한 앨범 하나가 새로운 편곡을 더해 재발매된다. 오페라 음악에 관심 많던 머큐리가 스페인의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와 협연해 1988년 낸 앨범 ‘바르셀로나’가 새 오케스트라 편곡을 입고 부활하는 거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앞둔 어느 일요일. 빠르게 줌아웃 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위용을 배경으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하는 머큐리의 노래가 TV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내겐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에 대한 환상이 형성됐었다.
우리나라에도 콧수염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이 있다. 이장희와 김흥국, 김C 등이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는 오랫동안 여성들을 설레게 했던 ‘휴 그랜트 아들 내미’ 같은 깔끔한 이미지를 버리고 중절모 밑으로 콧수염을 기른 채 얼마 전 내한했다.
평론가 I에게 다짜고짜 묻는다. “너, 콧수염 왜 기르냐?” “읭?” “접때 술 먹다 말한 것 같은데 기억 안 나.” “멋 겸 어려보이는 얼굴 커버용. 흑형(흑인 남성을 가리키는 속어)들 많이 기르잖아. 마초적인 매력. 스눕 독, 카니에 웨스트, 나스…. 힙합에선 거의 기본 옵션.” “그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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