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높으면… 관객 많으면…” 연예계 ‘공약’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연예계에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당선을 조건으로 공약을 제시하는 정치인과 달리 주로 흥행이나 시청률을 조건으로 내거는 연예인들의 공약이다. 이색적인 약속으로 주목을 끌면 작품의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영화 ‘피에타’가 흥행한다면 똑같은 트로피 2개를 제작해 두 배우(조민수 이정진)에게 주겠다”고 공약했다. 피에타는 지난 주말 관객 50만 명을 돌파해 이 약속이 실현될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 감독은 24일 공개한 감사의 글에서 “저의 한없이 부족한 영화 ‘피에타’가 관객 50만을 넘었다. 저에게는 500만이 넘은 영화와 다름없다”며 작은 영화에 기회를 주기 위해 다음 달 3일까지만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터치(접촉)’ 약속은 즐겨 사용하는 공약이다. ‘이웃사람’에 출연한 마동석 김성균 등 배우들은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영화 ‘도둑들’의 배우 김수현은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자 약속대로 여중생 관객을 업어줬다.

‘물귀신’ 작전으로 공약을 실현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하면 국토대장정을 하겠다’고 공언한 배우 하정우는 ‘황해’로 최우수연기상을 받자 공효진과 신인 배우 16명을 끌어들여 국토대장정에 올랐고 이 과정을 영화 ‘577프로젝트’에 담았다.

드라마에서는 시청률을 내건 공약이 난무한다. KBS2 수목극 ‘착한남자’의 문채원은 20일 드라마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자 약속대로 말춤을 추는 사진을 공개했다. MBC 주말극 ‘아들녀석들’에 출연하는 서인국은 평균시청률이 27%가 넘으면 영화 ‘드림걸즈’의 비욘세 분장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KBS2 주말극 ‘내 딸 서영이’의 이보영과 이상윤은 시청률 40%를 넘기면 함께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요즘 시청률 40%는 ‘꿈의 시청률’에 해당한다.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망가지는’ 공약을 주로 내건다. SBS ‘한밤의 TV연예’ 진행자 윤도현은 5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프로그램이 1위를 차지하자 약속대로 일주일 후 방송에서 소녀시대 분장을 선보였다. 방송인 김성주도 슈퍼스타K4 지원자가 100만 명을 넘기자 빨간 드레스를 입어 보였다.

이렇듯 연예계 공약이 난무하면서 팬이나 언론이 “(흥행 등이 성공하면) 공약이 무엇이냐”고 먼저 묻는 경우도 많다. ‘피에타’에 출연한 이정진은 공약을 묻는 질문에 “공약은 나랏일 하는 분들이 말씀하시고 잘 지키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영화 ‘터치’의 배우 유준상도 “대선 후보들께서 좋은 공약을 내걸어 주길 바란다”며 공약 발표 요청을 거절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연예계#공약#김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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