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 검사 맡아 허당캐릭터 소화 진지남 이미지 벗고 연기력도 재평가 부산팬 성원 보답차 부산영화제 참석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은 배우 김강우(34)에게도 길고 힘겨운 계절이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이 부산 해운대에서 올 로케로 진행돼 두 달 정도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올림픽 기간과 맞물려 결방을 피하기도 힘들었다. 폭염에 이어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도 드라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힘들었던 촬영 스케줄 탓에 평소보다 살도 많이 빠졌지만 김강우는 “마음은 이전보다 통통해졌다”며 지난 여름을 되돌아 봤다. 그는 “분량이 많고 쉬운 신이 없었지만 현장이 너무 좋았다. 현장에서 연출자 송현욱 PD의 별명이 ‘송부처’였다. 부산이라는 한 공간에서 같이 지내다 보니 ‘동지애’ 같은 것도 생겼다”며 웃었다.
김강우는 ‘해운대 연인들’에서 모자랄 것 하나 없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는 남자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했다. 전작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가벼우면서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잘 생기고 멋지며 진지한’ 이미지의 그를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몰랐다.(웃음) 하지만 내가 머뭇거리면 재미가 없어질 게 뻔했다. 솔직히 멋있어 보이는 연기는 쉽다. 하지만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는 연기는 그렇지 않다. 간만에 시청자들이 ‘엉덩이를 두들겨 주고 싶을’ 캐릭터를 만났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방송 전부터 티아라 소연의 출연을 두고 논란이 일었고, 초반에는 여주인공 조여정의 사투리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작품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다른 것들로만 화제가 되는 게 화났다”고 털어놨다.
“조여정의 경우 사투리 때문에 연기를 못하는 배우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 배우처럼 보이는 게 속상했다. 하지만 스태프와 연기자들은 알았다. 결국 우리만 잘하면 그 전의 일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결과적으로 마무리를 잘 하게 돼 더 뿌듯하다.”
촬영 내내 부산 시민들의 따뜻한 기운을 많이 받았다는 김강우는 4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그 고마움을 표시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부산과 인연이 깊었다. 드라마 ‘마린보이’와 영화 ‘무적자’ 등 여러 편을 부산에서 찍었다. 이번 작품도 부산시와 시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영화제에서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부산에 가서 마음으로라도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2010년 탤런트 한혜진의 언니 한무영 씨와 결혼해 지난해 4월 아들을 얻은 김강우는 아빠로서 행복한 삶도 공개했다. 두 달 만에 만난 아들과 노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가끔 나더러 ‘엄마’라고 한다”며 서운한 표정을 짓다가도 “사람들이 아들이 나를 꼭 빼닮았다고 하는데 가끔 보면 고집 센 모습이나 하는 짓이 똑같다”면서 웃었다.
“아기가 생기고 나서는 확실히 목적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아이가 TV를 보면 ‘아빠! 아빠!’ 하면서 다가가 손짓을 한다. 아들이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