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킨 싸이, 유비쿼터스 무대로 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 서울광장 공연이후… 빌보드 1위 부럽지 않은 ‘광장의 확장’

가수 싸이가 4일 밤 서울광장에 특별 설치된 돌출 무대로 걸어 나오고 있다. 세계를 향한, 자신을 위한 걸음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가수 싸이가 4일 밤 서울광장에 특별 설치된 돌출 무대로 걸어 나오고 있다. 세계를 향한, 자신을 위한 걸음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4일 밤, 싸이는 서울광장을 빼앗았다. 그곳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이를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말이 많이 오갔다. 거기서 열리기로 돼 있던 하이서울페스티벌 일정이 급히 조정됐다. ‘낙하산 공연’이었다. 미성년자와 어린아이가 포함된 10만 관객 앞에서 싸이는 보란 듯이 소주 반병을 원샷 했다. ‘국가대표’라서 그런지 모든 게 대체로 용서됐다. 어쨌든 싸이는 ‘나빴’다.

나쁜 것에서도 가끔은 ‘좋게 쓰면 좋은 것’을 배울 때가 있다. 싸이는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게 돌아갈 때 취할 수 있는 가장 큰 것을 가졌다. 서울광장은 2002년 월드컵 때보다는 덜 뜨거웠지만 대신 무료 공연이 열린 두 시간 동안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1만3000m²의 광장 면적은 인터넷을 타고 무한대로 확장됐다. 서울광장 공연 영상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유튜브는 물론이고 빌보드닷컴을 비롯한 수많은 해외 유력 사이트에 올랐다. 10만 서울시민이 동시에 말춤을 추는 영상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그걸 가르치는 장면보다 센 극적 장치다.

싸이는 미국에 더 머물러야 했을지 모른다.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치고 올라간 여세를 확실히 몰았어야 하니까. 이 중요한 시점에 그는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한국의 여러 기업, 대학과 한 출연 약속을 지켰다. 착한 걸까.

아니다. 싸이는 철저히 실리를 따라 움직였다. 약속 이행은 최고의 실리 추구다. 한국의 여러 무대를 취소했다면 천문학적인 위약금을 물어야 했을 것이다. 미국에 남는다고 손해될 건 없었다. 어차피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음원 판매 수익과 빌보드 1위가 가져올 입지 상승은 위약에 따른 지출을 감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판알이 달라진다. ‘강남스타일’을 세계의 정상으로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역으로 추락의 도구가 될 뻔한 걸 싸이는 막았다. ‘사익’을 위해 약속을 내팽개친 싸이를 성토하는 글은 SNS를 가장 많이 하는 한국 대학생들 손에서 나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을 것이다.

서울광장 공연은 한국과 등지지 않으면서 미국 TV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다. 싸이는 약속을 지키는 건 착한 일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실리를 챙기는 최고의 방법임을 보여준 것이다. 맨살로 말춤 추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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