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조성희 감독, 박찬욱-봉준호 이을 기대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10시 27분


영화 ‘늑대 소년’ 조성희 감독.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영화 ‘늑대 소년’ 조성희 감독.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찬욱, 봉준호의 뒤를 이을 무서운 신인 감독이 등장했다.
'늑대소년'으로 한국 멜로영화 흥행사를 새로 쓰고 있는 조성희(33) 감독 얘기다.
첫 번째 상업영화. 하지만 이 영화는 15일까지 419만 관객을 모으며 '건축학개론'(410만)이 세운 역대 멜로영화 흥행 기록을 뛰어넘었고 현재의 흥행 추이로는 500만 관객도 가뿐히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의 '늑대소년' 상영관에서는 영화 초반 웃음바다가 됐다가 중후반부터는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심지어 일부 관객은 통곡까지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늑대소년'의 힘은 뭘까.

조성희 감독은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송중기 씨가 그 늑대소년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잘 표현해주셨기 때문에 관객들이 깊게 호감을 갖게 될 수 있었던 듯 합니다." 그의 말마따나 주연배우 송중기와 박보영이 없었다면 영화가 이 정도의 파괴력은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라는 장르가 감독의 예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섬세한 감정선을 뽑아낸 감독의 각본과 연출력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늑대소년과 인간 소녀의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로 두 시간 동안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감정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솜씨는 연출자의 재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상업영화를 처음 만든 조성희 감독의 등장은 말 그대로 혜성같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배운 그는 정규 과정 졸업작품 '남매의 집'(2009)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7년 만의 대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받고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학생경쟁) 부문 3등상까지 수상했다.

또 장편영화제작 연구과정으로 만든 '짐승의 끝'(2010)은 독일에 수출됐고 미국에 리메이크 판권이 수출되기도 했다.

'짐승의 끝'을 본 박찬욱 감독은 "묵시록적인 비전을 담은 영화로 이것보다 더 잘 만든 영화가 언뜻 떠오르지 않을 만큼 비전이 철저하고 완결성을 갖고 있다. 제목은 '짐승의 끝'이지만 조성희 감독의 작품세계, 그의 미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본다. 그의 다음 영화를 애타게 기다리면서 이 영화를 추천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관객과의 소통보다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독립영화 '짐승의 끝'은 박찬욱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황량하고 쓸쓸하고 스산한, 묵시록적인 비전을 담은 영화"였지만, 상업영화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그는 방향을 선회해 그어느 영화보다 대중성이 강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늑대소년'이 지나친 판타지로 여성들의 감성에 호소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대중의 열광적인 호응은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가졌는지 증명한다.

자신의 세계관을 고유한 스타일로 작품에 투영하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안다는 점에서 조성희 감독은 작가주의와 상업영화를 넘나드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힌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인 전찬일 평론가는 조성희 감독에 대해 "러브스토리를 통한 개인사, 범상치 않은 감동의 가족 이야기, 거기에 1960년대 근대화 시기의 대한민국 시대사를 아우르는 솜씨가 '포스트 봉준호'의 기대감을 품게 한다"고 치켜세웠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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