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가 과거 공연에서 미군을 죽이자는 선동적인 랩을 한 것과 관련, ABC는 싸이가 2002년 한국서 열린 공연에서 무대에서 장난감 탱크를 때려부수는
등 반미퍼포먼스 장면과 2004년 앨범 ‘디어 아메리카’에서 문제의 가사와 함께 싸이의 사과메시지도 소개했다. 【뉴욕=뉴시스】
가수 싸이(박재상·35)가 2000년대 초 부른 랩이 반미(反美) 선동적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싸이가 공연하는 크리스마스 기념행사에 예정대로 참석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싸이 공연에 반대하는 청원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오바마 대통령 가족이 9일 워싱턴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연례 전통으로 가수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케이블채널 TNT는 홈페이지에서 "'강남 스타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는 6명의 공연 가수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31회째 열리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은 주빈인 대통령 가족과 사전 초대를 받은 명사들이 참석하는 자선 행사로 모아진 자선기금은 미국 국립아동의료센터에 기부된다. 매년 12월 둘째 일요일에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리며 올해에는 TNT 채널을 통해 21일 전국에 녹화 방송된다. 올해 행사에는 싸이를 비롯해 흑인 여가수 다이애나 로스, 컨트리 가수 스카티 맥크리리, 성악가 크리스 맨, 여성 팝가수 데미 로바토, 여성 뮤지컬 가수 메건 힐티가 공연하며 인기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이 사회를 맡는다.
백악관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은 '싸이를 이번 행사에 초청하지 말아야 한다'는 청원을 7일 삭제했다. 사이트 관리자는 "'특정인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는 청원 게시 조건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 언론은 "싸이가 2002년 주한미군 반대 집회에 참석해 미제 탱크 모형을 차버리는 등 반미 퍼포먼스를 했으며 2004년에는 콘서트에서 반미 내용의 랩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이 랩은 '이라크인을 고문하는 미군과 가족을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자'는 등의 가사를 담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싸이 측은 7일 영문 보도자료를 통해 "이 노래는 8년 전 이라크전쟁과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두 명의 한국 여중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반전(反戰)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가사로 상처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많은 미국 언론매체들은 싸이의 사과 성명을 전문 게재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싸이의 반미 랩이 처음 미국에 알려진 것은 10월 초였지만 싸이의 선풍적 인기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행사 참석을 계기로 싸이의 '자격' 논란이 불거지면서 랩의 반미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번져나갔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햇볕정책으로 인한 반미주의적 시대 분위기 속에서 이 노래가 탄생했다"며 "원래 국내 록그룹 넥스트가 부른 곡이지만 싸이가 주한미군 철수 집회 등에서 다른 가수들과 함께 자주 불렀다"고 소개했다. '디어 아메리카(Dear America)'라는 제목의 이 곡은 넥스트가 2004년 발표한 5집 '개한민국'에 들어있으며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 피살된 김선일 씨 사건으로 국내 일각에서 반미 반전 분위기가 높아질 때 집회에서 많이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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