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고민 ‘청담동 앨리스’에게… 역대 신데렐라들의 가상 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1일 03시 00분


캔디형? 까칠형? 요즘 대세는 하이브리드!


“레포르 에 마 포르스(L’effort est ma force). 노력이 나를 만든다. 저 같은 88만 원 세대가 청담동 며느리 되기도 쉽진 않지만 시청률 또한 만만치 않네요. 난 어떡해야 될까요?”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오후 10시 15분) 여주인공인 한세경(문근영)의 고민이다. 시청률이 안 오른다. 같은 시간대 MBC ‘메이퀸’이 9일 23.5%(AGB닐슨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때 ‘청담동…’은 9.1%에 그쳤다. KBS2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구혜선), SBS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하지원), KBS2 ‘내딸 서영이’의 이서영(이보영), ‘메이퀸’의 천해주(한지혜) 등 최근 드라마들의 내로라하는 신데렐라들이 ‘청담동 신데렐라’ 세경과의 가상 대화를 통해 이런저런 충고를 해 줬다.

▽금잔디=초롱초롱 큰 눈망울을 깜빡여서 보호본능을 일으켜 봐. 남자들이 꼭 안아 주고 싶게 말이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자 인생도 ‘한 방’이더라.

▽한세경=저에게 보호본능을 바라는 건 무리예요. 이미 고생할 대로 고생해서 독기밖에 남지 않았다고요.

▽금=쯧쯧, 그럼 넌 틀렸어. 구준표(이민호)와 시청자가 날 사랑한 이유는 내가 항상 명랑 쾌활하면서도 적당히 보호본능을 일으켰기 때문이지. 결정적 순간에는 남자의 도움이 필요한 그런 여자 말이지.

▽길라임=그런 수동적인, 1차원적, ‘캔디형’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제 안 먹혀. ‘내 뺨을 때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식이 통한다고. 세경이 넌 나처럼 ‘까칠한 신데렐라’여야 돼. 여성들의 판타지를 이뤄 주는 거야. 내 주장 안 굽혀도 김주원(현빈)은 날 사랑하잖아. 여성 시청자들은 주체적으로 자아를 성취하는 내가 완벽한 남자에게서 사랑받는 스토리에 열광했지.

▽한=디자이너의 세계는 다르다고요. 스턴트우먼처럼 몸으로 때우는 게 아니라 ‘타고난 안목’이 필요하잖아요.

▽이서영=신데렐라가 마냥 착했던 시절은 지났어. 요즘은 좀 ‘쎄야’ 돼. 솔직히 난 ‘패륜형’ 신데렐라지. 내 인생에 거추장스러운 아버지(천호진)를 버렸어. ‘차라리 고아가 낫다’라는 시댁의 말에 아버지를 숨겼지.

▽한=저랑 좀 안 맞네요. 보증을 서 달라는 가족이 정말 밉지만 버리고 싶진 않아요.

▽이=능력은 덤이야. 부잣집에 시집가서 신분도 세탁하고 내 능력으로 판사도 됐어. 시청자는 돈 밝히고 잔인한 신데렐라에게 더 공감하는 거야.

▽한=그건 공감해요.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져라.’

▽천해주=언니들 모두 틀렸어. 신데렐라 스토리의 본질은 모두 신분상승이지만 사랑으로 포장된 거지. 난 백마 탄 왕자 없이 잘살아. 남녀가 수평적 위치에 있을 때 신데렐라는 진정 행복해질 수 있어. 난 ‘독립형’ 신데렐라야. 출생의 비밀도 모른 채 가난한 집에서 구박받으며 컸지만 조선 기술을 배워 남자친구 강산(김재원)과 동업하고 있어. 신데렐라 스토리도 여성의 주체성을 살리지 않으면 외면 받기 때문에 ‘진화’가 필요해.

▽한=그래서 결론은 뭔가요.

▽천=청담동 신데렐라는 하우스 푸어, 88만 원 세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이른바 ‘삼포 세대’ 등 요즘 세태를 반영하고 있어. 현대적인 장치로 욕망의 현 주소를 담아 내는 건 좋아. 하지만 청담동 며느리가 되어 ‘재벌과의 결혼=완결’이라는 진부한 결말은 안 돼. 신데렐라 드라마도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지 않겠니?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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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청담동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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