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는 바닷가에 버려진 궁벽한 땅,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전남 해남을 간다. 이곳은 온화한 해양성 기후로 겨울에도 초목이 마르지 않는다. 야트막하지만 기세 좋은 산에 해풍에 길든 황토밭까지 천혜의 자연을 가진 고장이다.
송지면 갈두리 땅끝마을에 사는 박태영 씨는 이른 새벽부터 새우잡이배를 바다에 띄운다. 새벽잠을 설치며 바닷바람과 씨름했지만 여전히 허전한 새우그물에도 “욕심낼 것 없다”라고 말하는 그의 마음은 언제나 만선이다.
쇠락의 길을 걸었던 북평면 남창장은 시장을 살리려는 상인들의 노력 끝에 지금은 남도 최고의 어시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남창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낙지는 멀리까지 소문이 나 장이 서자마자 불티나게 팔린다.
낙지잡이로 분주한 북평면 서홍마을의 밤은 낮보다 환하다. 예전엔 횃불을 들고 잡아 ‘홰낙지’라 불렸다. 물 아래서 헤엄치는 낙지를 콕 잡아 통 안에 넣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과 낙지잡이를 함께 한다. 오산마을 갯벌에서 나는 굴은 ‘꿀’로 불릴 만큼 맛이 달콤하다. 추울수록 풍성해지는 땅끝 바다의 겨울잔치를 화면에 담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