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선 기자의 영화와 영원히]노출사고 앤 해서웨이여, 주눅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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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레미제라블’의 판틴으로 변신한 앤 해서웨이. 11kg을 감량하고 삭발한 투혼보다 그의 노래실력이 감탄스럽다. UPI코리아 제공
‘레미제라블’의 판틴으로 변신한 앤 해서웨이. 11kg을 감량하고 삭발한 투혼보다 그의 노래실력이 감탄스럽다. UPI코리아 제공
‘예전에 난 꿈을 꿨지. 그때는 희망에 찼고 인생은 살아볼 만했지… 하지만 잔혹한 현실은 한밤중에 천둥소리를 내며 들이닥쳤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18일 개봉)에서 앤 해서웨이(판틴 역)가 부른 ‘아이 드림드 어드림’의 일부. 이 노래는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수전 보일이 불러 널리 알려졌다.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준 해서웨이는 ‘레미제라블’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절망에 몸부림치는 판틴의 내면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장발장 역의 휴 잭맨과 자베르로 나온 러셀 크로와 비교해도 그의 기량은 프로다. 출연분량은 짧지만 그의 캐릭터는 가장 강렬하다.

해서웨이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캣 우먼으로 가면을 썼을 때 남자들은 그가 나온 포스터를 구하느라 분주했다. 당당하고 도도한 그의 모습은 이전 캣 우먼이었던 미셸 파이퍼의 아우라를 한순간에 지워버렸다. 국내 한 아이돌 스타는 ‘해서웨이 앓이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3일 개봉한 멜로영화 ‘원 데이’까지 그는 올해 국내 관객에게 세 작품을 선물했다.

2001년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공주 역으로 친숙해진 이 배우. ‘브로크백 마운틴’(2005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년), ‘러브&드럭스’(2010년) 등 차곡차곡 계단을 밟아온 그는 ‘레미제라블’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통해 연기력과 인기를 겸비한 진정한 ‘톱’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었다.

호사다마일까. 이런 때 사고가 터졌다. 며칠 전 국내 인터넷 포털 검색어 순위 1위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파라치의 지독한 카메라가 한 여배우의 치마 속을 파고들었다. 잔혹한 현실은 한밤중에 천둥소리처럼 들이닥쳤다.

동시대 한 배우의 진보를 보는 것은 즐겁다. 그 즐거움이 이번 일로 멈추지 않길 바랄 뿐이다. 파파라치의 카메라가 그의 영혼까지 파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발걸음에 덫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민병선 bluedot@donga.com
#앤 해서웨이#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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