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기자의 무비홀릭]“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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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사랑 고백의 명대사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는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이라는 고백이 등장한다. 동아일보DB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는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이라는 고백이 등장한다. 동아일보DB
메리 크리스마스! 연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사랑 고백을 위한 절호의 순간이다. 사랑 고백을 위해 남성들이 참고할 만한 영화 속 명대사들을 살펴보자.

먼저 로맨틱코미디의 고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속 사랑 고백은 ‘디테일’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얼마나 큰 설득력을 갖는지를 실감케 한다. 못생긴 해리는 디테일한 고백을 통해 예쁘고 싸가지 없는 샐리의 마음을 단박에 훔친다.

“날씨가 71도(섭씨 21도)인데도 늘 춥다고 하는 당신을 사랑해.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하는 데도 한 시간이 넘게 머뭇거리는 당신을 사랑해. 날 쳐다볼 때면 무슨 미친놈 보듯 미간에 살짝 주름을 지으며 찡긋하는 당신을 사랑해….”

주의할 점. 사랑 고백 시 지나친 디테일은 때론 나를 변태로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예를 들어 “이란산 석류알처럼 발갛고 도톰한 너의 귓불을 내 새하얀 송곳니로 깨물어 터뜨려 버리고 싶어” 같은 고백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얘기.

남성들이 여성화되는 추세를 역이용해, 오히려 ‘마초적’인 고백이 통할 때도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이런 야성적 고백이 나온다.

“당신은 키스가 필요해. 그것도 자주. 그것도 아주 잘하는 사람으로부터의 키스!”

영화 ‘자이언트’에서 제임스 딘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던지는 “당신은 언제나 귀여워. 한입 깨물어 먹고 싶을 만큼 예뻐”도 수컷의 뜨거운 야성이 드러나는 고백. 자칫 성희롱 등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눈치를 잘 살펴 가며 사용해야 한다.

신성일 님이 구사한 바 있는 “난 지금 경아랑 같이 있는 게 즐거워 죽겠군”과 같은 느끼한 고백은 “경아, 넌 지구온난화의 주범이야! 내 염통을 이렇게 불타오르게 만들잖아”와 같은 21세기형 친환경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 구사해봄 직도 하다. 무려 50여 년 전 영화이지만 영화 ‘자유부인’의 다음 대사도 ‘고객 지향적’이란 측면에서 귀담아들을 만하다. “부인, 오늘은 저를 마음대로 이용해 주십시오.”

철학적이고 명상적인 사랑 고백을 원한다면 장궈룽(張國榮) 주연의 ‘아비정전’ 속 다음 대사를 추천한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린 1분 동안 함께했어. 난 잊지 않을 거야. 우리 둘만의 소중했던 1분을. 이 1분은 지울 수 없어. 이미 과거가 됐으니….”

아, 가공하리만큼 수준 높은 고백이지만, 여자친구가 뭔 말인지를 영 알아듣지 못해 짜증 제대로 낼 수도 있으니 유의할 것.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내게, 당신은 완벽해요(To me, you are perfect)”를 써먹는 남자도 있으나, 여자친구가 “남들한테는 완벽하지 않다는 말이야?”라며 쏘아붙일 수 있다.

글로벌 시대인 만큼 외국인 여자친구를 사귀는 한국 남자들을 위해서도 영어로 된 멋진 사랑 고백 하나를 추천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속 사랑 고백은 중1 수준의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어 써먹기도 용이하다.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

유의할 점. ‘make’ 다음에 목적어(me)가 나오면 문법적으로 ‘to 부정사’가 아닌 ‘동사원형’을 쓴다는 사실! ‘want’를 ‘to want’나 ‘wanting’으로 오용할 경우 무식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외려 크리스마스에 걷어차일 수도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명대사#사랑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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