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바다를 누비는 오징어 어선의 선장 최기철 씨(54). 그의 ‘106만성호’는 파도가 거세게 이는 날에도 밤바다를 환히 밝힌다.
최 선장은 울릉도에서 태어나 바다와 함께 자랐다. 어부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14세에 처음 배에 올라 육지보다 바다가 더 편하다.
20대 초반, 배 위에서 사고로 오른쪽 손목을 잃었지만 운명을 탓할 겨를도 없이 가족을 위해 다시 바다로 나갔다. 40여 년 동안 울릉도, 포항, 제주도와 인천 앞바다까지 오징어를 따라 움직였다. 기대보다 오징어가 덜 잡혀도 투정하지 않는다. 바다가 주는 만큼에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거기에 맞춰 살림을 꾸려 왔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함께 지낸 아내 기분 씨. 남편이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면 새벽부터 준비한 음식과 옷가지를 양손에 들고 항구에 나간다. 남편의 배가 들어오는 항구면 어디든 찾아가 남편을 맞는다. 큰아들의 제안으로 미뤄 왔던 결혼식을 준비한다.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아내의 모습에 남편은 눈물을 글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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