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의 연출자 김군래 PD는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 지인에게 “김 PD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었다. 김 PD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 했기에 “태어나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며 몸을 떨었을까. 떨리고 긴장됐던 그 시간, 2012년 4월로 거슬러 가보자.
김 PD는 보신에 대한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인육캡슐이 아직도 유통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중국으로 떠났다. 현지의 약국, 한약방, 산부인과를 취재하다 한 산부인과에 위장 잠입해 인육캡슐이 판매되는 현장을 포착했다.
“방송되고 중국 공안에서도 자체적으로 수사를 펼쳤다고 하더라. 의사는 20년형을 선고받았다는데 그때 잠시 사실 전달과 고발의 경계에서 생각에 빠졌다. 의사 아들이 날 죽이겠다고 했다더라.”
지난해 2월 양잿물 해삼으로 첫 방송을 한 ‘먹거리 X파일’은 3.5%(AGB닐슨)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불철주야 뛰고 있는 연출자 김PD가 되돌아본 1년은 보람도 컸지만 마음 한 편의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김 PD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을 고발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 정보를 알려주기 위함이었지만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1년 동안 가장 많이 받은 항의는 “당신들이 우리의 밥줄을 끊어놓았다”는 말이었다.
“음식의 숨겨진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도 빠진다.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무래도 고발 프로그램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하하!”
1년 이상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김 PD는 먹거리를 대하는 자신의 변한 모습을 느꼈다.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위생 상태와 식재료의 원산지 확인. 그리고 남은 반찬은 어떻게 처리하고, 재사용은 안하는지 살펴보게 됐다.
“배고프면 그냥 먹었는데 지금은 확인한다. 까다롭게 일일이 체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 맛에 새롭게 접근하게 됐다. 특히 스스로 찾아다니며 먹은 적이 거의 없는 냉면 편을 방송하고 겨울에도 먹고 있다.”
‘먹거리 X파일’의 또 다른 자랑은 ‘착한식당’. 맛, 위생, 서비스 등 모든 것을 통틀어 소비자에게 가장 ‘착한’ 음식을 내놓는 식당을 소개하는 코너다. 아이템을 결정하면 제작진이 1차 검증을 한 뒤 전문가들과 원산지, 비법 등을 물으며 2차 시식에 나선다. 다른 음식점의 스파이나 창업주로 오해받으면서 지금까지 24곳의 ‘착한식당’을 발견했다.
“‘착한식당’ 주인들과 안부도 물으며 자주 연락한다. 최근 1호로 선정된 식당의 주인이 편지를 보내줬는데 손님이 줄을 설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고 하더라. 읽는 순간 쌓였던 피로가 싹 날아갔다. 식당이 지하 1층인데 볕드는 곳에서 장사하는 게 꿈이라고 한다. 1층으로 옮기면 다시 취재하려고 한다. 매번 김치도 보내준다.”
제작진은 첫 방송 때만 해도 지금의 인기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먹거리는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화제성은 자신했지만 반응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시청률 2%를 넘으면 자체 시상 제도도 있어 ‘언제 넘을까’ 기대했는데 3%를 훌쩍 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