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강북 멋쟁이’…가요계는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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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5일 07시 00분


개그맨 정형돈. 사진제공|MBC
개그맨 정형돈. 사진제공|MBC
이벤트성 음원 돌풍에 본업 가수들 허탈
아이돌 음악 대중의 피로감 자초 지적도

개그맨 박명수가 작곡하고 정형돈(사진)이 부른 ‘강북 멋쟁이’가 음원 차트를 강타하면서 이벤트성 음원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5일 방송한 MBC ‘무한도전’의 ‘박명수의 어떤가요’ 편에서 선보인 ‘강북 멋쟁이’는 방송 직후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이어 14일까지도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19일자 빌보드 케이팝 싱글 차트에도 5위로 데뷔했다. 10위권에 씨엔블루, 소녀시대, 백지영, 이승기, 버벌진트 등 음원 강자들이 올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음원에 대한 대중의 이 같은 열광 뒤편에서 가요계 시선은 곱지 않다. ‘무한도전’은 작년 상반기 ‘나름 가수다’편과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편에서 선보인 음원으로도 음원시장을 휩쓴 ‘전력’이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UV, 용감한 녀석들 등 이른바 ‘개가수’ 열풍에 밀리고 ‘무한도전’에 치이는 등 이벤트성 음원 돌풍이 반복되면서 가요계는 씁쓸함을 넘어 허탈한 표정이다.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 음반을 만들고 홍보하는 가수들의 입장에서는 작곡 경험도 없고 역량도 높지 않은 박명수가 한 달 동안 6곡을 만들어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해 순식간에 차트 1위에 오르는 ‘기현상’에 “음악시장을 교란시킨다”는 반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씨엔블루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는 “예능 프로그램의 이벤트성 음원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존중한다. 그러나 가수들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 ‘하늘에 별 따기’인 상황에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 음원이 단기간에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에 가요계의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음악평론가는 “우리 연예계는 ‘예능 전성시대’이고, 가요계 체력은 많이 떨어져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꾸 이벤트성 음원을 만들어내면 가요계는 더 예능 프로그램에 휘둘리게 되고 체력도 더 떨어져 케이팝의 경쟁력까지 하락할 우려가 크다. 예능 프로그램이 가요를 잠식하는 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아이돌 가수 제작자는 “대중이 좋아하면 어떤 노래든 1위를 할 수 있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악이 ‘재미’에 편승해 1위를 한다면 음악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이벤트성 음원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좋은 대중음악이란 결국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이다. 가요 제작자들도 ‘강북멋쟁이’ 같은 음악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며 이벤트성 음원의 신선함에 호의를 나타내는 의견도 적지 않다.

몇몇 스타 프로듀서들이 만들어내는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음악에 대중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가요계가 자초한 일이라는 의견이 그에 이어진다. ‘강북 멋쟁이’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수준 이하의 음악이라면 반짝 인기를 얻고 하루 이틀 만에 사라질 테지만, 1주일 넘게 1위를 지켰다는 점은 대중음악으로서 분명히 대중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는 주장이다.

이벤트성 음원에 대한 가요계의 반감을 ‘밥그릇 챙기기’로 보는 시선도 있다. “아이돌 가수들도 연기력보다는 인기를 업고 드라마에 출연하는 경우도 많은데, 본업이 연기자인 이들이 느낄 박탈감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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