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선 기자의 영화와 영원히]‘지루함의 극치’라더니 관객몰이… 흥행예측, 로또보다 힘드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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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건달’ 쇼박스 제공
‘박수건달’ 쇼박스 제공
‘레미제라블’(531만 명), ‘박수건달’(250만 명), ‘타워’(494만 명)는 요즘 관객이 꽉꽉 차는 영화다. 다른 공통점은 모두 기자가 흥행 예측에 실패한 작품이라는 점.

지난해 12월 ‘레미제라블’ 시사회 뒤 느낌은 ‘잘 만든 지루한 작품’이었다.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등 캐스팅이 화려하지만 ‘취침용’으로 그만이었다. 영화의 관람 여부를 추천하는 ‘업&다운’ 코너에서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에 리듬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을 받았다. ‘업’(추천)이었지만 많이 볼 영화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톰 후퍼 감독은 작정하고 클로즈업 기법을 과도하게 사용했다. 노래 부르는 배우의 얼굴이 항상 화면 가득해 감정 과잉이 부담스러웠다. 모든 대사는 노래로 처리돼 대사 중간에 가끔 노래를 하는 뮤지컬 영화의 공식을 깨뜨렸다. 강약이 없는 리듬은 하품을 불렀다. 한 감독은 심지어 “지루함의 극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선의 여파인지, 고전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한국 관객의 이 영화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기자가 영화의 ‘형식’을 봤다면, 관객은 ‘정서’에 집중한 것 같다.

‘캐릭터도 연기도 집중하는데 연출이 딴 데를 본다.’ ‘박수건달’이 ‘★★’과 함께 받은 한 줄 평. 극악한 ‘조폭’이 박수무당이 돼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 이 영화는 신선한 캐릭터와 박신양의 연기가 ‘괜찮았다’. 하지만 스토리는 개연성이 떨어지고 신파적 결말이 감점 요인. 관객은 오랜만에 웃을 수 있는 한국 영화를 기다린 것 같다.

‘타워’는 ‘스토리가 부처님 손바닥이다’라는 평가에 ‘★★☆’을 받았다. 신선함이 없는, 박제된 캐릭터와 예측 가능한 스토리가 비추천 이유였다. 하지만 화려한 컴퓨터그래픽과 가족애를 강조한 점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제작자들은 영화 흥행 예측이 “로또 번호 맞히기보다 힘들다”고 말하곤 한다. 기자나 평론가에게만 ‘좋은 영화’와 ‘많이 볼 영화’를 가르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닌가 보다. ‘부러진 화살’ ‘도가니’ 때도 그랬다. 예측 불가능성. 언제 어디서 대중의 환호가 터질지 모르는, 그래서 영화는 항상 뜨겁다. 섹시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흥행예측#레미제라블#박수건달#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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