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프로그램의 소품은 당대 코미디의 트렌드를 따라 다양해진다. ‘개그콘서트’의 14년 장수 소품인 대머리 가발, ‘단골손님’인 음식, 개그맨들의 여성의류가 주인공이다(위쪽부터). 사진제공|KBS
■ ‘개콘 소품’ 트렌드를 보니…
1등 단골소품은 과자·빵 등 먹을거리 여장 열풍에 치마· 립스틱 많이 찾아 남자 개그맨들 예쁜 소품 쟁탈전도 “몸 개그 유행 땐 각목 불티났는데…”
‘소품의 재발견!’
개그맨과 소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만큼 개그맨들이 선사하는 웃음에서 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지난해 안방극장을 강타한 ‘브라우니’는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인기 코너 ‘정여사’를 통해 소품이 재발견된 대표적인 경우다.
개그맨들은 ‘개콘’의 코너들이 변화를 거듭하듯, 개그 소품 역시 진화하며 트렌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개콘’ 녹화가 진행된 KBS 서울 여의도 신관공개홀을 찾아 개그맨들에게는 필수품이자 살림살이와도 같은 소품 의뢰서를 살펴봤다.
● ‘개콘’ 소품 의뢰서의 요주의 물건은?
소품 의뢰서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품은 단연 먹을거리. 먹을거리 하면 떠오르는 코너는 개그맨 유민상과 김수영이 출연하는 ‘아빠와 아들’. 중국 요리를 비롯해 과자, 빵, 치킨, 피자, 분식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이 날도 다양한 새 코너에 등장할 먹을거리가 상자에 가득 차 있었다. 식당을 배경으로 하는 ‘생활의 발견’도 음식 소품을 자주 활용한다.
10년 넘게 ‘개콘’의 소품을 담당하고 있는 변성길 씨는 “소품들 중에서도 먹을거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개그맨들이 직접 먹는 것이기 때문에 상하기 쉬운 음식들엔 주의를 기울이고,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것들은 녹화 몇 시간 전에 공수한다”고 설명했다.
● ‘더 예뻐지려는’ 남자들의 경쟁
치마, 블라우스, 구두, 립스틱 등 여성 의류 및 액세서리도 단골 소품이다. 이들의 주인은 개그우먼이 아닌 남자 개그맨들. 더 ‘예쁜 여자’로 변신하기 위한 소품 쟁탈전도 치열하다.
최근 ‘개콘’에서 여장 캐릭터는 열풍에 가깝다. 코너에서 여장을 하는 개그맨만 무려 다섯 명. ‘멘붕스쿨’의 갸루상 박성호를 비롯해 ‘정여사’의 정태호, 김대성, ‘갑을 컴퍼니’의 김지호. 여기에 개그맨 김준현도 ‘생활의 발견’을 통해 파격적인 여장을 선보이고 있다. 연출자 김상미 PD는 “김준현, 김지호 등 덩치가 큰 개그맨들이 여장을 하면서 좀 더 큰 사이즈의 의상이나 아이템을 새로 구비해야 할 때도 있다”며 “의상팀이 직접 제작하는 것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 소품 인기, 그때그때 달라요
14년 간 ‘개콘’에 등장한 장수 소품은 뭘까. 바로 ‘볼드캡’이라 불리는 대머리 가발이다. 매주 한 명씩은 대머리 가발을 의뢰할 만큼 많은 개그맨들이 웃음을 위해 애용하고 있다.
보기에는 착용이 간단해 보이지만 대머리 가발을 그럴 듯하게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개콘’ 분장실의 한 관계자는 “가발과 개그맨의 피부 색깔을 맞춰 메이크업을 해야 하고, 두상에 맞게 가발의 이음새를 마무리 손질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소품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개콘’ 조연출부터 시작해 책임프로듀서에까지 오른 서수민 CP는 “바보 개그 전성기 때는 이에 붙이는 김이나 더벅머리 가발이 부족할 정도였고, 몸 개그가 사랑 받을 때는 격파용 각목이나 박, 매트 등이 가장 중요한 소품이었다. 소품도 패션 트렌드처럼 돌고 도는 흐름이 있다”며 개그 소품의 변천사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