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화 ‘7번방의 선물’ 시사회에 참석하고 돌아설 때 든 생각이었다. 딸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지체 아버지를 그린 이 영화는 ‘착해도 너무 착했다’. 그러면서도 요즘같이 발랄하고 스마트한 관객에게 이런 영화가 통할까 싶었다.
이 영화는 약점이 있다. 주인공 류승룡이 딸을 위해 결단하는 장면(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에서는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지나치게 신파적으로 그렸다. 오달수 김정태 등 조연들이 엮어가는 교도소 안 풍경은 재밌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도 매끄럽지 못하다.
이런 약점에도 관객 419만 명(3일까지)이 ‘7번방…’에 울고 웃는 것은 진심의 힘인 것 같다. 뜨거운 부정(父情)을 우직하게 관객에게 던진 진심의 힘 말이다.
이 감독은 전작에서도 그 우직함을 승부구로 구사했다. ‘챔프’(2011년)에서는 절름발이 경주마와 눈이 멀어가는 기수의 우정을 보여줬다. 촬영 중 말이 아파 누워 있다가 일어서는 장면을 찍기 위해 18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임수정 주연의 ‘각설탕’(2006년)에서도 같은 주제와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들에는 자극적인 대사도 ‘잔꾀’ 부리는 테크닉도 없다. 무표정한 얼굴로 오로지 직구만 뿌리는 야구선수 오승환처럼 그의 돌직구도 묵직하게 관객 가슴을 파고든다.
‘조미료 없는’ 영화를 선보이는 이 감독의 감독 수업기를 떠올리면 좀 의외다. 그는 ‘때깔’ 나는 스승들을 만났다. 박종원 감독의 스릴러 ‘송어’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고, 섬세하고 화려한 화면이 장기인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에게서도 연출을 배웠다.
그는 이번 영화가 가족 영화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첫 번째는 ‘챔프’)이라고 했다. 강한 이미지와 자극적인 대사들이 특징인 한국 영화계에서 그는 이단아다. 반면 괜찮은 가족 영화를 보고 싶은 팬들에게는 한 줄기 빛이다. 둥글둥글한 얼굴만큼이나 둥글둥글한 작품들, 이 감독만의, 특유의 돌직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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