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통영의 섬 추도는 매년 겨울이 되면 ‘이것’ 때문에 들썩인다. 바로 추도의 귀하신 몸이자 겨울철 대표 생선인 물메기(꼼치). 물메기 덕에 1년을 풍족하게 보낼 수 있다 하니, 섬마을 전체가 물메기에 살고 물메기에 죽는 것은 당연지사다.
마을에 들어선 순간부터 사방팔방 온 천지가 널어놓은 물메기로 도배된 경이로운 풍경이 제작진을 맞는다. 하루에도 수백 마리가 잡혀 마을에 이를 널 수 있는 공간은 모조리 덕장으로 변신한다. 살아있는 생물보다 말린 물메기가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메기가 처음부터 금(金)메기는 아니었다. “대접은커녕 잡어 취급을 받으며 잡아도 미련 없이 던져버려 ‘물텀벙’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고 추도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은 말한다. 어느덧 마리당 2만 원에 육박하고 물메기 손질하는 아주머니들이 품삯으로 돈 대신 물메기를 받을 정도다. 무게당 가격도 소고기보다 더 비싼, A급 보양식으로 신분이 수직상승했다.
그렇다고 물메기라고 다 같은 물메기가 아니다. 추도 물메기만 유난히 뽀얀 비법이 있다. 겨울의 막바지 펄떡이는 물메기처럼 살아 숨쉬는 생명력으로 가득한 섬 추도는 지금도 물메기에 ‘올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