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시작된 KBS2 수목 드라마 ‘아이리스2’의 예언력이 화제다. ‘아이리스2’의 초반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지난해 완성된 대본으로 촬영한 드라마임에도 최근 북핵 이슈를 비중 있게 다룬 것이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아이리스2’처럼 한반도의 핵무장을 소재로 다룬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주목받고 있다. ○ ‘아이리스2’, 한반도 상황 정확히 예측?
‘아이리스2’는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가상의 비밀 조직인 국가안전국(NSS)과 국제 테러조직인 아이리스, 그리고 북한을 축으로 한반도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음모와 대결을 다룬 드라마다.
13일 방송된 1회에서는 아이리스 조직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NSS 국장 백산(김영철)을 NSS 박준한 실장(성동일)이 심문하는데, 이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해 한반도가 위험하다’는 대화를 나눴다. 2회에서는 전직 대통령 조명호(이정길)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특사 신분으로 헝가리로 가는 장면이 나왔다. 특별기에 동승한 NSS 요원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핵탄두 소형화를 염려했다.
북한의 ICBM 개발, 3차 핵실험 강행, 핵탄두 소형화 성공 여부 등 최근 벌어진 현실도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대본은 지난해 완성됐다. 최근 현실이 드라마 스토리처럼 흘러가 우리도 놀랐다”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주목을 끈 대목은 한국 정부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중단된 핵무기 개발 기술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시청자 강석환 씨(38)는 “남한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이어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13일 ‘아이리스2’의 시청률은 14.4%로 경쟁작인 MBC ‘7급 공무원’(12.7%)과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12.8%)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AGB닐슨 전국 기준). ○ 핵무기 보유의 꿈, 대중문화 속에서 활짝
한국의 핵개발 비사를 소재로 한 소설 ‘모자 씌우기’(왼쪽). 남북 간 핵무기 전쟁을 다룬 웹툰 ‘스틸 레인’도 주목받고 있다.한국의 핵무장을 다룬 만화나 소설도 화제다. 지난해 인터넷 포털 다음에 연재된 웹툰 ‘스틸레인(Steel Rain)’이 대표적인 사례. 이 만화에는 북한이 전쟁을 선포하자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 카드를 제안하는 내용이 나온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비밀리에 진행된 핵개발을 소재로 한 소설 ‘모자 씌우기’, 핵물리학자인 이휘소 박사의 죽음을 소재로 한국의 핵개발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을 그린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 핵무기 개발 스토리는 킬러콘텐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궁화…’의 작가 김진명 씨는 “북한 핵개발을 보는 남한 사람들의 심정은 하나, 바로 불안감”이라며 “북한뿐 아니라 중국은 더욱 거대해지고 일본도 우경화의 길을 걷는 상황에서 한국이 핵무기를 가져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핵무장 스토리의 인기가 일본의 우경화 심리와 비슷하다는 해석도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안보 불안이 심해지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다 보니 사람들이 강한 국가를 통해 보상받고 싶어 한다. 일본이 강경한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비슷한 포퓰리즘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이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이 갑자기 한 가지 소재에 주목하는 현상은 전형적인 문화 트리거(trigger·방아쇠) 효과”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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