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복수하고, 또 돈 때문에 비리를 저지르는, 돈에 얽힌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주말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는 SBS 드라마 ‘돈의 화신’. 최근 이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살인, 불륜, 선정성이 부각돼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받았지만 시청률 견인차는 뭐니뭐니 해도 강지환과 황정음의 ‘깨방정’과 ‘뚱보’ 캐릭터다.
강지환은 극중 천재적 두뇌를 가진 초보 검사 이차돈을 연기하고 있다. 정의감에 불타는 초보 검사다. 코믹한 대사를 진지하게 말하는 등 목소리도 한 톤 높고 움직임도 크다. 그러다보니 다른 배우들보다 ‘오버’스럽게 보여 ‘깨방정’이란 별칭을 얻었다.
강지환은 20일 오후 인천 운서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취재진을 만나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혼자 코믹 연기를 하는 것 같아 자칫 잘못하면 ‘비난의 타깃이 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혼자 ‘깨방정’을 떠는 게 시청자가 보기에 억지스러울 수도 있어서 사실 부담스럽기도 하다. 다행히 황정음이 그런 면에서는 연기를 잘 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환은 아직 갈 길이 멀고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며 드라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평소 주위에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인기를 실감한다”며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방식과 주현, 김수미 등 선배님들의 열정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하는 황정음에게도 공을 돌렸다. 그는 “여배우들 중에서 제일 예쁘고 연기도 잘하며 심성도 곱다”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이에 황정음도 “과거 TV에서 강지환을 처음 봤을 때 잘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좋아했다. 시간이 흘러 상대배우로 만나게 됐다. 많이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화답했다.
극중 황정음은 저축은행 후계자 복재인 역을 맡았다. 어렸을 때부터 뚱뚱해 강지환 등을 비롯해 주위의 인물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은 캐릭터다
황정음은 복재인을 연기하면서 강지환 못지않게 남다른 고생을 해왔다. 바로 전신 특수분장. 장장 5∼6시간에 걸쳐 80kg이 넘는 특수분장을 하면, 촬영이 끝날 때까지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 ‘볼 일’은 꿈도 못 꾼다. 최근 복수를 위해 전신 성형수술을 받는 설정에 따라 특수분장에서 벗어났지만, 황정음은 그 고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라고 말한다. 황정음은 “처음엔 너무 하기 싫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또 석고를 뜰 때까지 기본 6시간은 걸려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운 날 야외촬영을 할 때는 든든한 외투(?)가 되기도 한다. 또 얼굴에 신경 쓰지 않고 연기를 하며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그는 “특수분장을 벗으니 부담감이 생겼다”며 “특수분장을 했을 때는 주인공 같았는데, 지금은 잠깐 특별출연하는 느낌이다. 이 부담은 끝까지 가져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고 부담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황정음은 드라마의 시청률 30%가 넘으면 강지환과 함께 특수분장을 시도하겠다며 이색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저만 특수분장을 한 게 억울한 면도 있다”면서 “만약 시청률이 30%가 넘으면 작가에게 부탁해서 강지환이 연기하는 이차돈 캐릭터를 결말 부분에 뚱뚱하게 나오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하며 웃었다.